“집에 귀신이 있음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과학과 미스터리는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사실 밀접하다.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현상이 곧 미스터리이고,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것이 결국 과학이기 때문이다.

실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과학은 특히 법에서 철저하게 인용된다. 예컨대 살인사건이 벌어지면 경찰과 검찰, 변호사는 사건 내용을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토대로 최종 판결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즉 아무도 없는 부엌 바닥에 접시가 떨어지거나 의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현상을 법이 인정할리 만무하다. 폴터가이스트는 과학적으로 원인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미국 뉴욕 나이액에는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집이 32년째 서있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주택 구매자에 알리지 않았다는 법원 판단으로 유명해진 헬렌 애클리의 집 <사진=FactFil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is House Is LEGALLY Haunted!' 캡처>

이야기는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프리 스탬보프스키 부부는 헬렌 애클리라는 여성으로부터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고 인테리어가 근사한 저택을 구입했다.

이후 제프리 부부는 밤마다 괴현상을 겪었다. 갑자기 복도에서 발소리가 나고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쾅 닫혔다. 침대 한쪽 다리가 들리기도 했다. 겁을 먹은 제프리 부부는 즉시 집을 판매한 부동산에 따졌다.

알고 보니 부부에게 집을 판매한 헬렌 애클리와 그 가족은 무려 20년간이나 저택에서 유령들과 ‘동거’했다. 1960년 이 집을 사들인 헬렌 애클리는 얼마 안 가 유령과 조우했다. 헬렌은 집을 개조하기 위해 사다리에 올라 천장에 페인트를 칠하다 유령과 마주하고 그만 기절했다. 애클리는 집안에 조지 경과 마거릿 부인 등 적어도 세 유령이 떠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령들은 정기적으로 가족들의 침대를 흔들거나 소리를 냈다. 문을 멋대로 여닫거나 접시나 액자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등 전형적인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켰다. 다만 어쩐 일인지 일가족에게 직접 해를 가하지는 않았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각종 기현상을 의미하는 폴터가이스트는 영화로도 많이 다뤄졌다. 토브 후퍼 감독의 걸작 '폴터가이스트'가 대표적이다. <사진=영화 '폴터가이스트' 스틸>

얼마 안 가 애클리와 가족은 유령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헬렌 애클리에 따르면, 유령에게 집에 페인트를 칠해도 되는지, 어떤 색깔이 좋은지 묻기까지 했다. 유령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게 애클리의 주장이다.

헬렌 애클리는 자신과 가족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1960년대 집을 살 때 부동산을 포함, 누구도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대립하면서 제프리 부부는 부동산과 애클리를 고소했다. 그 유명한 ‘스탬보프스키와 애클리 소송(Stambovsky v. Ackley)’이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사실일 리 없다고 판단한 법원은 1심에서 버클리 부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버클리 부부는 포기하지 않고 자료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헬렌 애클리가 집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글을 1977년 잡지에 냈고 사람들에게 소문낸 사실을 알아냈다.

재판 자체가 유명해지자 법원도 저택에 진짜 유령이 나오는지 대충 조사할 수는 없었다. 집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제프리 부부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귀신의 존재 자체를 애클리도 인정한 점을 들어  대법원은 유령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전례가 없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헬렌 애클리가 귀신이 나온다는 사실을 고의로 숨기고 저택을 팔았다며 배상을 명령했다.

1991년 뉴욕 대법원 판결을 옮긴 신문기사(위)와 미국 뉴욕 나이액에 여전히 존재하는 유령의 집<사진=FactFil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is House Is LEGALLY Haunted!' 캡처·구글 어스>

당시 판결은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1984년 개봉한 영화 제목을 딴 ‘고스트 바스터즈 판결’로 크게 유명해졌다. 이후 이 집은 32년째 법적으로 인정된 유령의 집으로 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집이 이후에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는 동안 유령 소동은 더 이상 없었다는 사실이다.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2008)의 감독이자 각본가, 배우인 애덤 브룩스(66)는 제프리 부부의 소송 이후 이 집을 구입해 20년간 살았지만 귀신을 한 번도 목격하지 못했다.

2012년 애덤 브룩스로부터 집을 사들인 싱어송라이터 잉그리드 마이클슨(43) 역시 3년간 살면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경험하지 않았다. 섬뜩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는 그는 오히려 주변 경관들로 인해 치유받고 아주 편히 살았다고 회고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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