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이 확인된 사람의 안구 활동을 되살리는 실험이 성공했다. 뇌사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변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팀은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사후 5시간 경과한 사람의 눈을 빛으로 자극하는 실험에서 뚜렷한 안구 반응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숨진 인간의 눈에서 이 같은 빛 반응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사람의 숨이 멎더라도 신체 각 부위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그간의 실험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신경계 중 유일하게 신체 외부에 노출된 눈을 이용, 이런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 유족 동의 하에 기증된 시신을 조사했다.

사망 5시간이 경과한 사람의 망막 움직임이 확인됐다. <사진=pixabay>

망자의 눈 망막세포 활동을 되살리기 위해 연구팀은 사후 5시간 지난 시점에서 눈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했다. 이후 망막을 빛으로 자극하면서 세포의 의사소통이 회복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망막 세포가 반응하면서 b파라는 전기신호가 발생했다. b파는 살아있는 세포에서나 나타나며, 인간의 눈이 사물을 볼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황반세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정의된다.

조사 관계자는 "사람이 죽은지 5시간이 지났음에도 눈의 망막세포가 빛에 반응한 점은 놀랍다"며 "산소 부족으로 곧 b파는 낮아졌지만, 이런 사실만으로 뇌사의 정의가 뒤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사후 빛 자극에 따른 망막세포 활동이 감지되면서 뇌사의 판정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망막 세포가 부활했다고 눈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뇌가 활동하지 않으니 영상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인식되지도 않는다"면서도 "뇌사는 뉴런 간 동기활동 상실로 정의되므로, 이를 따른다면 망자의 눈은 완전히 죽지 않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망막은 중추신경계의 일부다. 따라서 이번에 확인된 b파의 회복은 뇌사가 현재 정의하는 '절대 회복되지 않는 신체 상태'에 부합하지 않는다.

조사 관계자는 "뇌사의 정의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이번 실험 결과는 망자의 망막 이식 수술에 대한 관점은 바꿀 것"이라며 "예컨대 광수용체라는 특수 뉴런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망막의 이식 수술과 관련된 매뉴얼이 대폭 변화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내다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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