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78만년 전부터 불을 이용해 조리했으며, 불을 이용한 가장 오래된 요리는 생선구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고고학 및 인류학 연구팀은 14일 국제 학술지 ‘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논문에서 화석인류인 호모 에렉투스가 78만년 전 이스라엘 북부 요르단강 유역에서 불로 생선을 요리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류가 불을 능숙하게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기 시작한 시기를 기존 학설보다 무려 60만년 앞당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류가 생각보다 훨씬 전부터 불로 요리를 했다는 점은 역사학이나 인류학 등 관련 학문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불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인류 진화의 획기적인 사건이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한창이다. 고대인이 불을 이용해 요리한 가장 오래된 흔적은 약 17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었다. 100만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동굴에서 불이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재가 발견됐지만 요리와 관계는 증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요르단강 유역 게셔 베놋 야콥(Gesher Benot Ya’aqov, GBY) 유적에서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각지로 흩어진 루트를 조사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이용해 조리한 흔적과 무수한 민물고기 이빨을 발견했다.
조사 관계자는 “GBY 유적을 16년 가까이 발굴 조사하던 중 화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인간 활동의 증거와 민물고기 이빨 화석을 대량 출토했다”며 “생선뼈는 500℃ 이하로 가열하면 분해되지만 이빨은 남는다. 이는 여기서 생선이 불로 조리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GBY 유적에서 불을 피우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부싯돌까지 발견한 연구팀은 호모 에렉투스가 불로 생선을 구웠다고 확신했다. 조리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물고기 이빨의 에나멜질 나노결정(열에 노출되는 팽창하는 결정 구조)을 X선 회절법으로 조사한 연구팀은 물고기가 길이 2m의 대형 잉어라고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치아 에나멜 질의 결정에 일어난 변화로 미뤄 생선은 약 200~500℃의 열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생선을 제대로 조리하기 적합한 불의 온도”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이 남긴 불씨 흔적들을 보면 자연발생적이 아닌 인위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며 “특별히 잘 타는 나뭇잎이나 연료를 넣으면 불의 온도가 더 올라가는 것을 호모 에렉투스는 알고 있었다. 심지어 흙으로 만든 가마를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류가 고대부터 생선 등 동물을 열로 조리하는 이점을 알았다고 결론 내렸다. 날고기를 먹기 좋게 익히면 씹거나 소화하는 시간을 줄이고 멸균이 가능하며 고기 영양가도 높일 수 있다. 이를 알아낸 덕에 인류는 더 작고 효율적인 소화관을 발달시켰고 보다 큰 뇌 성장을 가능하게 해 지능을 높였다는 게 조사 관계자들 생각이다.
연구팀은 향후 GBY 유적을 보다 면밀하게 조사하면 불을 처음 사용한 것으로 여겨져온 호모 에렉투스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알아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불을 이용한 조리 덕에 이들이 얻은 진화의 이점들을 특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