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긋지긋한 머릿니!”

원시 가나안 문자로 작성된 문장이 역사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기원전 1700년경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장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알려줘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연구팀은 10일 국제 학술지 ‘Jerusalem Journal of Archaeology’에 게재된 논문에서 약 3700년 전 원시 가나안 문자가 새겨진 상아 빗을 공개했다.

촘촘한 빗살이 살아있는 상아 빗은 이스라엘 중부 도시 텔 라기스에서 발굴됐다. 가로 3.66㎝, 세로 2.51㎝의 작은 빗에 새겨진 문자는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해독이 이뤄졌다.

37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상아빗 <사진=Dafna Gazit, 이스라엘고대유물국(IAA)>

빗에는 17개 글자가 사용됐지만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7개에 불과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연구팀은 문장 내용이 “이 빗이 머리카락과 수염에 붙어사는 머릿니를 뿌리 뽑길(ytš ḥṭ ḏ lqml śʿ[r w]zqt)”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조사 관계자는 “텔 라기스 등 고대 유대 이스라엘 도시에 거주한 사람들은 머릿니에 상당히 고생했음을 알 수 있다”며 “값비싼 상아 빗을 가졌다는 것은 상류층 사람이었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어 “빗에 새긴 문장은 3700년 전 일상생활에서 알파벳이 사용된 직접적 증거”라며 “글자는 아주 작고 1㎜ 이하인 것도 있다.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 문맥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독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빗의 한쪽은 보통 간격의 빗살이 6개, 다른 한쪽은 이보다 훨씬 좁은 빗살 14개가 자리한다. 연구팀은 빗의 주인이 머리도 빗고 머릿니나 서캐까지 제거한 것으로 추측했다.

상아빗에 새겨진 원시 가나안 문자. 총 17개 글자이며 완전히 식별 가능한 것은 7개에 불과했다. <사진=Dafna Gazit, 이스라엘고대유물국(IAA)>

조사 관계자는 “촘촘한 빗살 부분에서는 아득한 옛날 머릿니의 딱딱한 껍질이 검출됐다”며 “상류층마저 머릿니에 시달린 점, 빗 재료인 상아가 이집트에서 수입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점 등 이 빗 하나로 당시의 문화와 역사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알파벳의 기원 중 하나인 원시 가나안 문자로 적힌 가장 오래된 문장은 기원전 1400~1200년 제작된 유물 속 주문이나 저주였다. 이번 상아 빗은 이보다 300~500년 이전 것으로 지금까지 발견된 고대어 문장 중에서는 가장 오래됐다.

조사 관계자는 “비록 상아 빗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은 실패했지만 같은 장소에서 발견된 다른 유물로 미뤄 이 빗이 약 3700년 전 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문자를 갖게 된 인간이 생각과 고민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한 점은 아주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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