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수명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됐다. 차의 용도가 다르고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주행거리 10만㎞가 넘으면 어지간히 탄 차라는 사람도 있고 이제 막 길들이기가 끝났다는 의견도 있다.

차량 수명은 여전히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엔진이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요즘 전기차 보급이 빨라지면서 꼭 엔진만 보고 수명을 따지기가 뭣하다. 제조사들이 저마다 정한 보증기간이 넘어간 시점을 대략적인 차량 수명이라고 보는 게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사람들의 생각보다 차는 오랫동안 쓸 수 있다. 우리나라 택시를 기준으로 보면 차의 수명은 50만㎞ 전후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시내 택시의 6년 평균 주행 거리는 59만㎞다. 회사 택시들은 정기 점검을 받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일반 차량보다 훨씬 많아도 성능을 유지하는 셈이다. 보통 택시가 10년까지 운용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택시도 100만㎞를 넘긴 차량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BBC ‘탑기어’ 간판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의 1993년식 코롤라 시승 영상. 200만㎞를 달린 화제의 차량과 연식, 형태가 같다. <사진=BBC>

올해 초에는 주행거리 200만㎞를 넘기고도 여전히 현역인 1993년식 일본 차량에 시선이 집중됐다. 물리적인 한계를 넘은 결과라는 찬사 속에 지속적으로 관리된 차량이 과연 언제까지 달릴 수 있느냐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 차량은 뉴질랜드에서 신문배달업을 하는 72세 남성 그레이엄 헤블리의 애마 도요타 코롤라다. 코롤라는 1966년 출시돼 여전히 새 모델이 개발되는 도요타의 베스트셀러다. 1993년식은 7세대 차량이다.

남성은 지난 2000년 이 코롤라 차량을 중고로 구입한 후 줄곧 타고 있다. 엔진이나 변속기 등 손 댄 곳은 전혀 없는 순정이다. 이 차는 지금도 매주 엿새에 걸쳐 꼬박 5000㎞를 운행하는데 여전히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자랑한다.

여전히 SNS에서 인기를 끄는 주행거리 200만㎞의 코롤라 <사진=트위터>

현지인들에게 이미 유명한 이 차량은 22년간 한 정비소에서만 점검을 받아왔다. 직업적 호기심에 멀리서 구경 오는 자동차 정비사도 적잖다. 차를 본 전문가들은 2주에 한 번 꼴로 받는 정기 점검이 내구성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레이엄 헤블리의 부친 역시 1994년산 도요타 캠리를 50만㎞ 넘게 몬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차는 대체로 내구성이 좋기로 유명해 해외에서 인기인데, 우리나라 차량도 50만㎞는 거뜬히 넘기는 만큼 차량 내구성을 특정 국가로 100% 판단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참고로 기네스북에 따르면, 200만㎞를 달린 그레이엄 헤블리의 코롤라보다 더한 차량도 존재한다. 기네스북에 오른 누적 주행거리 최고 차량은 2012년 476만㎞를 달린 1966년식 볼보 P1800다. 2위는 2006년식 쉐보레 실버라도 3500HD, 1990년식 3위는 혼다 어코드, 4위는 1989년식 사브 900SPG, 5위는 1963년식 폭스바겐 비틀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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