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어?”

즐거운 시간은 짧게, 따분한 시간은 길게만 느껴지는 것은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이다. 이는 인간의 뇌 및 심장 박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은 이달 초 공개한 논문에서 사람이 편하고 재미있는 상황, 또는 그 반대의 경우에 느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은 뇌 및 심장 박동의 영향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시간 감각의 변화 이면에 뇌나 심장 등 주요 장기가 어떻게 관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재미있는 영상이나 게임을 즐길 때 사람들은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고 느낀다. <사진=pixabay>

18~21세 남녀 45명을 모은 연구팀은 즐거운 상황과 따분한 상황을 각각 경험하게 하고 심전도를 정밀 계측했다. 동시에 각 상황별로 80~180㎳(밀리초)의 짧은 소리를 내면서 저마다의 느낌을 물었다.

실험 과정에서 연구팀은 각 피실험자의 심장 박동이 대체로 일정한 비트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이를 밀리초 단위로 세분화한 결과, 고동에서 다음 고동까지 간격에 편차가 있음을 알아냈다.

특히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심박수와 소리에 대한 반응이 서로 달랐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사람의 시간 감각이 달라지는 원인으로 추측했다.

실험 관계자는 “즐거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심박 간격이 상대적으로 길었다”며 “언짢은 상황의 사람들은 반대로 심박 간격이 짧았는데, 그럴수록 들려준 소리를 길게 느끼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학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수학 시간이 길고 따분하게만 느껴진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상황별로 피실험자들의 심박 리듬을 살펴보니 일률적이지 않고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냈다”며 “이런 ‘시간의 주름’이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상황 변화에 맞춰 심박수를 본능적으로 조정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뇌가 심장을 마치 시계처럼 사용하며, 시간의 주름에 맞춘 심박수 조절이 시간 감각을 좌우한다고 결론 내렸다. 뇌가 상황별 감정에 맞춰 심박수를 조절하는 주된 이유로는 건강 유지를 꼽았다.

실험 관계자는 “뇌는 심장의 움직임 등을 지표 삼아 신체를 최적화하는 방법을 아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즉 뇌는 우리 가슴에 자리하는 심장을 ‘천연 시계’처럼 활용해 상황별로 심박수와 감정을 조절, 건강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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