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60광년이나 떨어진 고에너지 천체의 폭발, 즉 초신성이 지구까지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위험성이 없다고 여겨져온 머나먼 초신성이 공룡을 멸망시켰을 가능성이 떠오른 셈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기존 가정에 비해 6배 멀리서 발생한 초신성 폭발도 지구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이 있다고 경고했다.

질량이 태양의 8배가 넘는 대질량 천체 또는 백색왜성이 폭발하는 초신성은 강력한 감마선 등 전자파와 고에너지 입자를 방출하다. 2003년 연구에 따르면 지구로부터 약 26광년 이내에서 초신성이 발생할 경우 오존층 파괴에 따른 대기 붕괴로 지구 생명체가 대멸종에 직면할 수 있다.

초신성의 X선의 영향으로 폐허로 변한 지구형 행성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누스타(NuSTAR)'와 유럽우주국(ESA)의 'XMM-뉴턴(Newton)' 등 우주 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바탕으로 1987년 폭발한 대마젤란은하 초신성 SN1987A 등 1970~2019년 관측된 초신성 31건과 그 여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26광년보다 훨씬 먼 초신성도 지구에 아주 위험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조사 관계자는 "초신성으로부터 약 160광년이나 떨어진 행성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새로 떠올랐다"며 "만일 행성의 환경이 지구와 비슷할 경우, 오존층의 대부분이 순식간에 벗겨져버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초신성의 영향이 미치는 최소한의 거리가 약 26광년이었지만, 이보다 약 6배나 먼 천체까지 무시무시한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마젤란은하 내부 초신성 SN1987A의 잔해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런 위험성이 주로 X선에 의해 야기된다고 분석했다. 초신성을 일으킨 천체 주위에 고밀도 가스가 존재할 경우, 폭발로 생긴 충격파와 가스의 상호작용에 의해 대량의 X선이 방출된다. 이 현상은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으며, 도달한 X선으로 인해 행성의 대기 화학구조가 급변해 대량 멸종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다.

이번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지구에서 160광년 떨어진 폭발 가능성이 있는 대질량 천체나 백색왜성을 예의주의해야만 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다행히 현재 지구와 태양계 주변에는 이런 피해를 줄 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지구촌 각지에서 채취된 철의 방사성 동위체 등을 들여다보면, 약 200만~800만 년 전 지구로부터 약 65~600광년 거리에서 발생한 초신성이 이번 연구에서 드러난 X선의 위험 거리와 겹쳤다. 때문에 연구팀은 과거 지구가 심각한 초신성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공룡을 멸종시킨 원인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사진=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스틸>

일리노이대 연구팀의 이번 조사 결과는 지구 생태계를 호령했던 공룡 등 다양한 생물들의 대멸종과 연관돼 있을지도 모른다. 공룡의 대멸종의 이유로는 소행성 충돌 등이 제기됐는데, 초신성의 경우 26광년 이내의 것들만 추린 탓에 공룡 멸종과 연관성은 아주 낮게 평가됐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천체의 일생을 보다 면밀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지구의 존립을 위협하는 초신성의 관측 방법 자체를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우주생물학과 고생물학, 행성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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