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실전 투입 가능성을 검증할 3차 발사에 도전한다. 한국 우주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위한 마지막 관문이라는 점에서 우주개발 역량을 다투는 경쟁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누리호의 3차 발사 예정 시각은 24일 오후 6시24분이다. 1~3단 연결 상태 점검을 마치고 23일 오전 7시20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나온 누리호는 약 1.5㎞ 떨어진 발사대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동했다. 

이날 오전 기립 작업을 마친 누리호는 오후에 발사대와 연결 상태를 점검한다. 전원은 물론 연료와 산화제 등으로 구성되는 추진제 충전을 위한 '테일 서비스 마스트 엄빌리컬(Tail Service Mast Umbilicals, TSMU)' 연결이 이뤄진다. 이후 기밀 상태 점검이 끝나면 사실상 발사 준비가 모두 완료된다.

24일 발사를 위해 전날 발사대로 이동하는 누리호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식 페이스북>

누리호는 24일 발사 후 고도 약 64.5㎞에서 1단을 분리하고 204㎞ 지점에서 페어링이 떨어져 나간다. 258㎞에서 2단이 분리되면 페이로드를 실은 3단 추진체가 예정된 지구 저궤도 550㎞까지 더 날아간다. 최종 고도에 이른 누리호 3단 추진체는 탑재된 페이로드(위성 5종 8기)를 순차적으로 사출하고 미션을 마무리한다.

길이 약 47m, 직경 약 3.5m, 총중량 약 200t, 페이로드 수송 능력 약 1.9t인 3단 중형 발사체 누리호의 첫 발사는 2021년 10월 21일 실시됐다. 1~3단의 분리까지 순조로웠으나 3단 추진체 엔진 연소가 생각보다 빨리 끝나면서 여기 탑재된 모조 위성을 사출하지 못했다. 다만 3단 발사체가 예정된 고도 약 700㎞에 도달한 점은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6월 21일 진행된 누리호의 2차 발사는 대성공이었다. 1~3단 분리에 이어 사출된 모조 위성이 궤도에 안착하는 등 예정된 미션이 모두 정상 진행됐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지구 저궤도에 최대 약 2t의 페이로드를 보낼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세계에서 1t 넘는 페이로드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인도, 중국과 한국뿐이다.

24일 실시되는 누리호 3차 발사의 미션 개요도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식 페이스북>

3차 발사에서는 실제 위성이 탑재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제작한 차세대 관측 위성 '넥스트샛(NEXTSAT)-2'이 핵심 페이로드다. KAIST 인공위성 연구소 장태성 단장은 "주 임무는 지구 관측으로, 영상 레이더 탑재체를 이용해 지구의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며 "구름이나 빛의 영향을 받지 않아 야간 및 악천후에도 관측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넥스트샛-2'와 함께 큐브샛 7기도 실린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SNIPE)' 4기와 져스텍의 'JAC', 루미르의 '루미르(Lumir)-T1', 카이로스페이스의 'KSAT3U'다. 이들 큐브샛은 우주와 지구 영상 촬영, 위성 자세 제어, 우주 방사능 및 지표면 편광 측정, 우주 쓰레기 경감 기술 테스트, 우주 플라즈마 미세구조 관측 등 임무를 수행한다. '도요샛'을 제외하면 모두 미래 한국의 우주개발을 주도할 민간 업체들이 공들여 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누리호 3차 발사의 페이로드 총중량은 2차의 약 1.5t에 비해 30% 수준으로 가벼워졌다. 다만 실전에 투입할 진짜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무사히 사출하고 이 위성들이 정해진 궤도에 모두 안착해 정상 작동해야 하므로 미션의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KASIT 인공위성 연구소가 열 번째로 개발한 넥스트샛-2. 지구 관측을 목적으로 한다. <사진=항우연 KARI TV>

이 모든 과정이 성공하면 한국은 자력으로 만든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국가가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가 기관과 KAIST 등 대학교, 민간 업체가 공동 참여하는 형태로 우주개발 역량을 키워온 우리나라는 인공위성 제작은 얼마든 가능했지만 이를 우주로 보내기 위해 남의 로켓에 의존해 왔다. 

누리호 3차 발사는 이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한국형 발사체의 실전 테스트가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독자 개발한 각종 위성을 언제든 궤도에 투입할 수 있어 우주개발 역량이 급상승할 수 있다. 민·관·학 연계 구조를 더욱 강화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는 세계 우주개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가 주도로 이뤄지던 세계 우주개발 양상은 스페이스X나 블루 오리진 등 초대형 민간 업체의 약진으로 경쟁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까지 가세하면서 각종 위성이나 우주선을 쏘아 올릴 발사체의 몸값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로켓을 기반으로 한 세계 전체의 우주개발 시장 규모가 오는 2040년 무려 약 1440조 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누리호에 실릴 큐브샛 4종의 운용 기간 및 주요 미션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식 페이스북>

누리호가 실전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우리나라가 제작한 위성들이 속속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 누리호 운용 주체인 항우연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시 2025년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2026년 큐브샛 2~6호, 2027년 큐브샛 7~11호 발사 계획도 이미 세워놨다. 

거듭된 발사로 누리호의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되면 다른 국가의 페이로드 수송 의뢰를 들어올 전망이다. 우주개발 변방 국가로 꼽히는 중동,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주요 고객이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우주개발에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개발비 보전이나 회수가 가능해져 한국의 우주개발 사업은 견고한 성장 동력을 갖게 된다.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과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불거진 항우연 연구자들의 홀대, 특히 열정페이 논란 같은 장애물이 없어져야 한국의 우주개발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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