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기술이 개발되기 전 고대인들은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 파편을 어떻게 다뤘을까. 문명이 막 발달하기 시작한 고대인들 역시 운석의 가치를 알아보고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일본판은 6월호 '우주에서 떨어진 금속' 편에서 인류가 철을 본격적으로 다룰 무렵 탄생한 고대 운석 제작 기법의 역사를 소개했다.

고고학자들은 세계 각지에서 고대인이 운석 속 금속(운철)으로 만든 유물을 발견했다. 약 5200년 전 나일강변에 번성한 이집트 게르제 왕들의 묘역에서는 운철 구슬 9개가 출토됐다. 3300년 전 봉인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는 아름답고 날카로운 단검을 비롯한 운철 부장품이 나왔다.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는 적지 않은 운철 유물이 발굴됐다. <사진=pixabay>

시리아의 고대 도시 알레포 유적에서 발견된 동그란 펜던트는 형광 X선 장비로 화학 조성을 조사한 결과 운철임이 밝혀졌다. 고대 북미의 유적 일부에서는 고대인이 운철을 다듬어 만든 비즈가, 튀르키예에서는 운철을 벼린 단검이 나왔다.

기원전 8~9세기 중국 왕들의 묘실에서는 우주 광물을 덧댄 도끼 등 무기류가 나와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 전역의 기온이 2~3℃ 올랐고 화북지역의 동식물 분포가 급변하는 등 이변이 많았다는 기록으로 미뤄 운석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고대 사람들이 운석의 기원을 이해했는지, 그 가치를 알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이집트 제5왕조 파라오 우나스의 무덤 장례 문서에는 '하늘에서 쇠가 내려온다' 등 운석을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이들이 운석 파편이 불덩이처럼 떨어지는 것을 종교와 결부해 해석했다는 견해도 있다.

운석은 고대인들에게도 특별한 존재였다는 것이 학자들 입장이다. <사진=pixabay>

이처럼 오래된 기록이나 석기시대 유적에서 운석이 확인됐지만 관련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지금까지 고고학적 발굴이나 연구는 주로 오래전 인간들의 생활상이나 문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나온 철제 공예품 재료 일부가 운석일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구체적인 분석이 이뤄진 건 최근의 일이다. 이런 이유로 고대인이 운석을 어떤 식으로 가공했는지, 또한 어떻게 여겼는지 현재 자세히 알 수 없다.

고고학자들은 고대인과 운석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은 우주에서 날아든 운석의 역사를 조명하는 동시에 인류가 철기시대를 연 결정적 계기를 알아내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제철 기술의 발달은 정복 사업 확장 등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진=pixabay>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광물학자 알베르 장봉 교수는 " 인류가 광석에서 안정적으로 철을 꺼낼 수 있게 된 것은 기껏해야 기원전 2000년 말부터"라며 "이 무렵 운석들도 철제 제작에 동원됐는지 알 수 있다면 보다 면밀한 역사 연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철제 기술이 탄생하고 지도자들은 단단한 무기를 대량으로 만들어 정복 사업을 펼쳤다"며 "제철의 시작은 곧 거대한 산업의 도래인 만큼, 고대인과 운석의 연관성을 공부하는 것은 고고학은 물론 경제학 등 여러 분야에서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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