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우주 쓰레기를 정전기력으로 빨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자 빔을 쏴 안정적인 정전기력을 만드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10년 뒤에는 실현 가능성이 점쳐졌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UCB) 연구팀은 9일 공식 SNS를 통해 정전기력을 발생시켜 우주 쓰레기를 회수하는 개념을 소개했다. 전자 빔을 쏴 우주 쓰레기는 음극, 회수 장비 쪽은 양극을 만들어 정전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핵심이다.

UCB는 이전부터 우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방법을 고민해 왔다. 우주 쓰레기 회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찌감치 정전기력에 주목했다. 정전기력은 두 대전입자 사이에 만들어지는 인력으로 책받침으로 머리를 문지르면 쉽게 발생한다.

전자 빔으로 발생시킨 정전기력으로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는 개요도 <사진=콜로라도대학교 볼더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이 생각한 개념은 이렇다. 우주 쓰레기 회수 장비가 쓰레기 쪽으로 전자 빔을 쏜다. 쓰레기가 음극으로 대전하면 장비는 그 반대인 양극으로 대전한다. 우주 쓰레기는 정전기력에 끌려 장비로 회수된다. 크고 무거운 쓰레기는 궤도를 바꿀 수 있다.

다만 실제 우주 공간에서 정전기력이 단순하게 우주 쓰레기를 빨아들일 리 만무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구 저궤도에는 희박하나마 대기가 존재한다"며 "이 대기는 자외선과 방사선의 영향으로 자유 전자와 이온이 가득하므로 쓰레기 회수 장비의 전자빔 조사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연구팀은 이클립스(ECLIPS, Electrostatic Charging Laboratory for Interactions between Plasma and Spacecraft)라는 장비를 독자 개발했다. 플라즈마와 쓰레기 회수 장비의 상호작용에 의한 정전기 대전 실험 장치다. 진공 체임버인 이클립스는 지구 저궤도 대전 환경을 재현하는데, 이를 이용하면 대전된 환경이 전자 빔 조사를 얼마나 방해하는지 알 수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우주 입자 탐지기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단순 입방체부터 구겨진 알루미늄 포일까지 다양한 쓰레기를 가정한 테스트 결과, 15~25m까지 장비가 접근해 전자빔을 쏘면 최대 1t의 쓰레기를 2~4개월에 걸쳐 회수할 수 있었다"며 "고속으로 날아다녀 위험한 쓰레기도 전자 빔을 단시간 쏘면 회전력이 줄었다"고 전했다.

체임버 실험 결과 숙제도 명확해졌다. 지금까지 연구는 지구 저궤도가 대상이었다. 이용 가치가 높은 정지궤도나 인공위성이 더 많이 발사될 높은 궤도는 지구 대기보다 태양풍에 포함된 플라즈마가 강하다. 즉 지구 저궤도와 전혀 다른 환경에 고려한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는 전자 빔을 구현하는 장비가 발사된 적도 없기 때문에 우리 생각은 말 그대로 SF"라면서도 "이번 실험을 기반으로 향후 5~10년 내에 제대로 된 전자 빔 발사 장비를 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1965년(왼쪽)과 2010년 지구 주변의 우주 쓰레기 분포를 나타낸 그림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우주 쓰레기는 점차 활발해지는 우주개발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다. 단 1㎜ 크기라도 인공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올해 기준 1㎜ 이상의 쓰레기는 1억 개 이상이다.

우주 쓰레기를 제거할 방법은 UCB 말고도 많은 학자들이 고민하고 있다. 플라즈마 추진기로 쓰레기를 태우거나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방법이 등장했다. 러시아는 끈적끈적한 거품으로 쓰레기를 달라붙게 해 대량으로 회수하는 기술을 우주에서 테스트한 적이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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