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RNA를 재작성을 통해 수온 변화에 재빨리 적응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우즈홀 해양생물학연구소 조슈아 로젠탈 연구원은 12일 SNS를 통해 문어가 뇌 RNA의 재작성 기능을 이용해 수온이 바뀌어도 죽지 않고 적응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문어가 체온을 조절하는 기관을 갖지 않았음에도 온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에서 생존하는 비결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문어가 뇌 내 RNA를 재빨리 재편집하는 것을 확인했다.

리보핵산이라고도 하는 RNA는 다양한 DNA로부터 정보를 받아 단백질을 합성한다. 생물의 유전정보를 포함한 설계도와 같은 RNA는 돌연변이에 의해 조금씩 바뀌며, 이는 최대 몇 세대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다.

문어는 원래 체온을 조절하는 기관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사진=pixabay>

RNA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단백질 제작이다. RNA는 DNA의 정보를 단백질 합성 기구에 전달해 생물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 제작에 관여한다.

조슈아 연구원은 "RNA는 DNA에서 복사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이를 유전정보 전사라고 한다"며 "문어나 오징어가 RNA를 자주 바꾼다는 가설은 전부터 있었지만 이를 관찰한 것은 전례가 드물다"고 전했다.

문어가 수온에 따라 신속하게 RNA를 재작성하는 과정은 실험에서 드러났다. 조슈아 연구원은 전체 유전정보가 밝혀진 문어를 22℃의 미지근한 물에서 몇 주간 살게 했다. 이어 13℃의 찬물에 문어를 넣고 변화를 살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이면서 지능이 높고 감정까지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pixabay>

그 결과 문어의 뇌 내 약 2만 개 장소에서 RNA가 재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문어의 뇌 내부에서 대규모로 일어났다. 특히 신경 단백질에 관여하는 RNA의 재작성이 두드러졌다. 또한 문어는 수온이 낮아질 때 주로 이런 반응을 보였다.

조슈아 연구원은 "문어의 RNA가 다시 기록되는 속도는 상당히 빨라 수온이 급변해도 하루도 안 돼 RNA가 대량으로 재작성됐다"며 "실험 결과만 놓고 보면 문어는 나흘 정도면 변화한 수온에 완전히 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문어의 이런 기능이 수온 변화는 물론 다양한 신체 기능의 원동력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문어는 산소량 변화나 천적 증가, 먹이 감소 등 생태계 변화를 즉각 감지하고, 참을성까지 발휘하는 똑똑한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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