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진 '비벌레(Phoronis architecta)'가 학자들의 생각보다 약 2억 년 일찍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벌레는 추형동물(phoronid)문  비벌레속 생물들의 총칭으로, 몸 앞쪽의 빗자루 같은 촘촘하고 긴 촉수가 특징이다.

영국 더럼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소개된 논문에서 비벌레가 종래 학설보다 약 2억 년 지구에 빨리 등장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약 5억1500만 년 전 바다에 살던 비벌레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화석에는 놀랍게도 소화기와 신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종래의 학설에서 이런 복잡한 구조를 가진 추형동물은 비벌레보다 약 2억 년이 지나서야 출현했다고 여겨졌다.

아티스트가 이미지화한 비벌레의 머리 부분. 빗자루 같은 길고 가는 촉수가 특징이다. <사진=Zhang Zhifei>

이런 점에서 연구팀은 비벌레를 포함한 추형동물이 고대 지구에 다세포 생물이 급격히 늘어난 캄브리아기 대폭발(약 5억4100만 년~4억8500만 년 전) 때 이미 존재했다고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비벌레 이외에도 숨은 계통의 추형동물이 더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사 관계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없던 것으로 여겨졌던 추형동물 조상들이 사실 존재했다면, 이들에게 숨은 계통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5억1500만년 전 바다에 살던 비벌레의 화석.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추형동물의 지구 출현 시기가 생각보다 2억년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Zhang Zhifei>

이어 "이런 계통의 동물은 진화의 사다리의 맨 위에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벌레가 생각보다 2억 년이나 일찍 지구에 출현했다면, 캄브리아기 대폭발 당시 벌어진 생물 다양성에 편승, 계통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탄생 시기가 당겨진 비벌레 등 추형동물을 더 면밀히 연구하면 고대 지구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이해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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