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나 줄기, 꽃에 사람 손이 닿으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이 처음 규명됐다. 사람은 식물을 가꾸고 어루만지며 위안을 얻지만, 반대로 식물은 사람 손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스웨덴 룬드대학교 생물학자 올리비에 반 아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Science Advanced)’에 소개된 논문에서 말 못하는 식물이 사람 손길을 거부하는 이유를 특정했다.

연구팀은 접촉에 의한 식물의 반응이 일부 유전자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식물 유전자 연구에 주로 동원되는 모델 식물 애기장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접촉을 거듭한 결과, 스트레스 반응을 촉진하는 유전자 6개를 확인했다.

올리비에 교수는 “부드러운 브러시로 애기장대의 구석구석을 문지른 결과 무려 수천 개의 유전자가 활성화됐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됐다”며 “유전자 스크리닝 결과 이런 과정의 원인이 된, 즉 스트레스 반응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특정됐다”고 말했다.

사람 손이 닿으면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은 30년 전 밝혀졌지만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사진=pixabay>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특수한 ‘단백질 채널’이 화학적 신호를 통해 세포막의 왜곡에 반응하는 것이 밝혀져 있었다”며 “이런 현상은 뿌리에서는 잘 연구됐지만 잎 같은 부분에서도 일어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식물호르몬의 하나인 자스몬산(Jasmonic acid) 같은 화합물이 접촉에 반응하면서 화학적 신호를 만들고, 이것이 생물의 방어기제를 활성화하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했다. 식물의 막 지질에 존재하는 리놀렌산으로부터 유래하는 식물 신호전달분자인 자스몬산은 곤충이나 균류 병원체에 대한 식물 방어 시스템을 가동시키거나 꽃밥, 꽃가루 발달을 포함하는 식물생장을 조절한다.

올리비에 교수는 “자스몬산 같은 화합물이 작용함으로써 화학적 신호가 식물의 행동이나 성장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은 이전 연구에서 시사돼 왔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접촉 반응에 관여하는 6개의 유전자를 발견함으로써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셈”이라고 강조했다.

사람은 식물의 잎이나 줄기, 꽃을 이용해 스트레스를 풀어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특정된 유전자 6개 중 3개는 자스몬산과 관련된 신호 경로, 나머지는 다른 신호 경로와 관련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즉 접촉 반응의 메커니즘에 대해 아직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장래에 이 반응을 조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연구팀은 기대했다.

올리비에 교수는 “사람 접촉으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 메커니즘은 30년에 걸쳐 분자생물학자들을 괴롭힌 수수께끼”라며 “기후변화로 갈수록 농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되는 현재 이 같은 접촉 반응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스트레스에 강한 작물을 만들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전했다.

즉 이번 연구는 식물의 스트레스 내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단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낫에 잘리고 동물에 물리거나 억수같은 비 등 어떤 접촉 방식이든 식물은 분자적 반응으로 몸을 지키려 한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강해지거나 개화가 늦어지기도 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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