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의 직접적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떠나 아시아 대륙으로 진입한 시기가 최대 4만 년 앞당겨질 가능성이 떠올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와 호주 매쿼리대학교,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 등 국제 연구팀은 13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라오스 북부 탐파링(Tam Pa Ling) 동굴에서 최대 8만6000년, 최소 6만8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및 정강이 뼛조각을 발굴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화석이 된 두 뼛조각이 호모 사피엔스가 이미 8만6000년 전 동남아시아 본토를 거쳐 호주로 이동한 가장 오랜 증거라는 입장이다. 이번 발견에 따라 초기 인류의 아시아 이동 연표가 최소 약 1만 년, 최대 약 4만 년 당겨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라오스 탐파링 동굴 7m 깊이 지층에서 나온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뼛조각 1개이며, 서로 다르 각도에서 촬영했다. <사진=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 동굴의 얕은 퇴적층에서 턱뼈를 포함한 호모 사피엔스 화석이 이미 발견됐다"며 "미국 학자들이 참가한 분석 과정에서 이 뼈들의 연대는 약 7만년에서 4만6000년 전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학자들은 이 뼈가 호모 사피엔스가 동남아시아를 거친 가장 오래된 자취라고 여겨왔다"며 "이번 발굴로 인해 인류 조상의 아시아 이동 연표가 상당 수준 앞당겨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전형적인 카르스트 동굴인 탐파링의 가장 깊은 7m 지층을 탐사했다. 두개골과 정강이뼈 조각을 손에 넣은 연구팀은 루미네센스 등 무려 5가지 연대 측정 기술을 동원해 뼈의 주인이 살았던 대략적 연대를 알아냈다.

인류 조상의 이동 경로를 알아내는 것은 그들의 뇌 크기 연구만큼이나 중요하다. <사진=TED 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volution’s great mystery' 캡처>

조사 관계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를 경유해 호주로 남하하는 기나긴 여정 도중 탐파링 동굴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뼈가 발견된 탐파링 동굴은 논란은 있지만 인간이 거주한 역사가 이미 입증된 중요한 유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탐파링 동굴이 바다에서 약 300㎞ 이상 떨어진 점에서 인류의 조상들은 아프리카에서 세계 각지로 흩어져 나가며 해안선과 섬은 물론 삼림과 계곡, 강을 자유롭게 지났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조사 관계자는 "탐파링 동굴은 인류 조상의 아시아 이동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이번과 같은 가치 있는 발견이 가능하게 해준다"며 "아쉽게도 그 중요성이 고고학계에서 이제 막 인식돼 향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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