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발견된 네덜란드판 스톤헨지는 절기를 예상하고 종교 의식을 치른 다목적 시설이라는 중간보고가 나왔다.

네덜란드 고고학연구소(BAAC)는 2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로테르담 동쪽 약 70㎞ 위치에 자리한 약 4000년 전 청동기시대 유적의 용도를 공개했다.

2017년 발굴된 이 유적은 축구장 3개 넓이로 여러 도랑과 나무 말뚝을 박은 흔적이 남아있다. 중앙에는 동그란 무덤이 자리하고 무덤 주변을 기다란 바위들이 에워쌌다.

2017년 발굴된 네덜란드판 스톤헨지. 중앙의 둥그런 무덤과 주변의 돌은 시간과 절기를 가늠하는 시계 역할을 했다. <사진=BAAC 공식 홈페이지>

BAAC 학자들은 청동기시대 네덜란드의 생활상과 문화를 보여주는 이곳이 영국 스톤헨지와 마찬가지로 천문·기상 현상을 관측한 시설로 봤다. BAAC 관계자는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이 야기하는 다양한 천문 현상을 알아볼 목적으로 보인다"며 "중앙의 둥근 무덤과 주변에 놓인 길이가 다른 돌은 태양빛을 이용하는 일종의 시계나 달력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나 동지 등 중요한 절기를 알아낸 이 시설에서는 매장 등 종교 의식도 치러진 것으로 생각된다"며 "고대인들은 장례 날짜를 현대인 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다. 의미가 있는 날을 정해 망자를 매장한 흔적이 중앙의 무덤에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BAAC에 따르면 이 유적에 자리한 무덤은 약 80개다. 그중 하나에서는 여성 유골과 고대 메소포타미아(현재의 이라크)에서 제작한 아름다운 유리구슬이 다량 출토됐다. 네덜란드 고대 유적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유리구슬로, 청동기시대 이 지역 사람들의 교역 네트워크가 북유럽은 물론 멀리 중동까지 뻗었음을 보여준다.

유물들을 토대로 복원한 네덜란드판 스톤헨지의 풍경. 중앙의 무덤으로 향하는 길 양쪽에는 나무 말뚝을 박아 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사진=BAAC 공식 홈페이지>

또한 눈여겨볼 것은 인간의 두개골과 동물의 뼈, 태양이 직접 닿는 중앙부 무덤에 놓인 청동 무기들이다. BAAC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성스러운 의식을 위한 것으로, 아마 고대의 잊힌 신들에게 바치는 제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6년간 발굴 조사를 통해 이 유적에서는 무려 100만 점 이상의 유물이 나왔다. BAAC 학자들은 유물의 연대 측정을 통해 이 유적이 못해도 4000년 이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BAAC 관계자는 "이 유적은 기원전 3000년 후반이나 2000년 초에 만들어져 약 800년간 종교적 성지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 시설로서 의미를 상실한 뒤에는 사람들이 모여 촌락을 이뤄 당분간 번성하다 외침을 받아 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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