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까마귀는 무려 3만 년 전부터 인간이 익힌 고기에 이끌렸고, 한때 고대인과 모종의 공생관계를 맺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27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체코 남부 모라비아의 고대 유적에서 대량의 까마귀 뼈가 발견된 점에 주목했다. 고대인 취락에 필요 이상의 까마귀 뼈가 분포한 이유가 궁금했던 연구팀은 이들이 인간이 먹던 음식에 관심을 가졌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출토된 까마귀 뼈를 자세히 분석했다. 뼈에 포함된 질소와 탄소, 황 등의 안정동위원소를 조사해 먼 옛날 까마귀들이 인간에게 뭘 받아먹었는지 알아봤다.

까마귀는 인간이 불에 구운 고기에 끌려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분석 결과 까마귀들은 매머드를 비롯한 대형 초식동물의 익힌 고기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동물들은 당시 인간들이 목숨을 걸고 사냥해 불에 구운 것들이다.

조사 관계자는 "약 3만 년 전 까마귀들이 인간이 먹던 매머드나 들소, 코뿔소 등의 고기를 입에 물고 다녔다는 의미"라며 "호기심이 많은 까마귀는 인간이 먹는, 또는 남긴 음식에 이끌려 사람들의 사회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고대인은 접근하는 까마귀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았다고 여겨진다"며 "음식으로서 대형 포유류에 비하면 덜 매력적이지만, 경계를 늦춘 까마귀를 잡아 보조 식량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인은 목숨을 걸고 사냥한 매머드 고기를 까마귀에게 일부 내어주고 그 고기와 깃털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영화 '10000BC' 스틸>

까마귀는 잡식성으로 식물 줄기나 열매는 물론 동물의 고기까지 먹는다. 연구팀은 이런 까마귀의 식성이 이번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광범위한 모라비아 유적에서 나온 수많은 까마귀 뼈들은 인간에 접근해 음식을 얻어먹다가 사냥된 까마귀들이 고기와 깃털 등을 내준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까마귀가 고대인과 공생하며 식량과 의복을 제공했지만 사람과 동물에 동시에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 등 부작용도 야기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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