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길을 찾아낸다(Life finds a way)."

돌연변이가 불가능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인공 세균이 빠른 속도로 진화를 이뤄냈다. 학계는 암컷뿐인 공원 안에서 부화한 공룡들을 가리켜 "생명은 길을 찾는다"던 영화 '쥬라기 공원'(1993) 속 인물 이안 말콤의 말이 실현됐다고 관심을 보였다.

미국 인디애나대학교(IUB) 연구팀은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최소한의 유전자 밖에 갖지 않았지만 상당히 빠르게 진화한 인공 세균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진화의 원동력인 유전자 돌연변이로 야기되는 생물의 득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발견을 했다. 유전자 돌연변이는 DNA에서 발생하는 여러 변화들을 의미한다. 여기서 다른 단백질이 합성돼 질병이 나타나지만, 진화하는 동안 개인이 생존하고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역시 돌연변이의 영향이다.

진화를 못하도록 유전자의 약 45%를 제거한 인공 마이코플라즈마. 예상을 깨고 빠른 속도로 진화했다. <사진=인디애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즉 유전자 돌연변이는 정상 유전자의 기능을 빼앗기도 하지만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부여한다. 특히 진화를 위해서는 돌연변이가 필수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이 없는 생물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중폐역균 또는 우폐역균으로 부르는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 mycoides)를 준비하고,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493개 외의 모든 유전자(약 45%)를 제거했다.  

이론대로라면 절반 가까운 유전자가 사라진 마이코플라즈마는 진화하지 못하고 사멸된다. 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실험 관계자는 "진화할 수 없게 만든 마이코플라즈마는 300일 만에 인간이 4만 년 걸려야 가능한 진화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확대한 인공 마이코플라즈마 <사진=인디애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유전자를 건드린 인공 세균은 돌연변이의 여지가 없어 진화가 불가능했다"며 "평범하게 300일 키운 것만으로 2000세대 분량의 진화를 이루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진화한 인공 마이코플라즈마의 생명력 테스트도 진행했다. 자연 상태의 같은 세균과 인공 세균을 시험관 안에 넣고 어느 쪽이 늘어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자연 세균이 미진화 인공 세균보다 강했지만 점차 세력이 약화되며 우세를 빼앗겼다.

실험 관계자는 "인공 마이코플라스마는 유전자 제거로 인해 시험관 내 환경에 적응하는 힘을 잃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진화를 거듭해 상실한 힘을 되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생명은 길을 찾아낸다"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쥬라기 공원'의 이안 말콤. 인류는 공룡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며, 예측 불허의 돌연변이가 가능할 것으로 경고한 인물이다. <사진=영화 '쥬라기 공원' 스틸>

이어 "우리가 확인한 진화에서 가장 두드러진 유전자는 세포 표면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며 "개중에는 기능을 잘 모르는 유전자도 있는 만큼 관련해서는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최소한의 유전자 밖에 남지 않은 세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내면 감염증 치료 등을 위한 인공 세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생명의 기원을 규명하는 힌트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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