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포유류를 대표하는 고래가 지상에 올라오도록 진화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프리부르대학교 및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고래가 다시 육지에서 살도록 진화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원래 지상에 살던 고래의 생태에 관한 비가역성 조사에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고래의 조상은 원래 지상에 서식하다 어느새 수중 환경에 적응했고 현재는 모든 종이 바다에 살고 있다.

학자들은 첫 물고기들이 물에서 육지로 기어오른 시기를 3억5000만~4억 년 전이라고 본다. 당시 척추동물은 지느러미 대신 다리가 발달했고 진화 끝에 현재와 같은 사지동물로 변모했다.

고래류는 한때 육지에 살았으나 물로 간 뒤 완전히 적응했다. <사진=pixabay>

사지동물이란 말 그대로 네 개의 다리와 뚜렷한 발가락을 가진 척추동물을 말한다. 인간이 포함된 포유류가 대표적이며, 양서류나 파충류도 포함된다. 비슷한 시기에 진화해 다리가 퇴화한 뱀 역시 사지동물로 보기도 한다.

연구팀은 뭍에서 물로 돌아간 고래류가 육지로 돌아올 가능성을 진화학의 범주 안에서 살폈다. 진화학에서는 생물에 나타난 변화가 원래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루이 돌로의 '진화 비가역의 법칙'이 널리 통용된다.

연구팀은 우선 지구상의 포유류 5600종 이상을 ▲완전히 육상에 사는 종 ▲물에서 살지만 육상에서도 활동하는 종 ▲물에 살며 육상 활동은 한정적인 종 ▲완전히 물에서 사는 종으로 구분했다. 카테고리별 포유류의 몸의 특징, 각 종의 생물학적 관계를 조사해 일부 특징이 진화할 확률을 추정했다.

고래는 수달이나 악어 같은 반수생종과 달리 뭍에 다시 적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그 결과 연구팀은 반수생종과 완전수생종 사이에는 넘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진화 비가역의 선이 있음을 확인했다. 고래는 차가운 바다에서 체온을 유지하도록 체중이 늘었고 대사 증진에 유리한 육식동물로 진화했는데, 다시 육상으로 올라오도록 진화할 수는 없다고 연구팀은 파악했다.

고래류는 약 2억5000만 년 전쯤 바다를 나와 올라간 육지에 대체로 잘 적응해 살았다. 다만 어떤 이유로 다시 물로 돌아갔고, 현재까지 바다에 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물에 적응하면 돌아갈 수 없는 선이 진화에는 존재하는 듯하다"며 "수달이나 악어 같은 반수생종은 진화의 선에 교묘하게 걸쳐 육지나 물 어디서도 살지만 고래류는 이 선을 이미 넘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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