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심장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9종이 발견됐다. 지름이 5㎜ 이하인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이 무분별하게 버린 다양한 생활용품에서 나온 조각이다.

중국 수도의과대학교(CMU) 연구팀은 30일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간의 심장 조직에서 총 9가지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 내용은 지난 13일 국제 학술지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도 소개됐다.

지구상 곳곳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유입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이미 밝혀졌다. 다만 심장 조직에서 9가지나 되는 미세 플라스틱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미세 플라스틱은 다양한 경로로 연간 약 3만9000개에서 5만2000개나 현대인 몸속으로 유입된다"며 "사람의 대변이나 혈액에서는 이미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고, 아주 작은 조각은 뇌까지 침투하는 사실이 쥐 실험에서 드러났다"고 전했다.

인간의 심장 조직에서 미세 플라스틱 9종이 검출됐다. 심지어 심장병 수술 과정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침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TED ED>

미세 플라스틱이 심장의 어디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심장병 환자 15명의 심장 및 그 주변 조직, 혈액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각 환자가 수술받기 전후 조직 샘플을 채취해 최신 영상 기술과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연구팀은 총 9종류의 플라스틱 조각을 특정했다. 심지어 수술 전 심장 조직에 없던 미세 플라스틱이 수술 뒤 발견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좌심방 부속기와 심외막, 심막 주변의 지방에서 폴리메타크릴산 메틸이 검출됐다"며 "이는 간장 등 조미료 용기나 칸막이에 사용되는 아주 흔한 플라스틱"이라고 전했다.

이어 "페트병이나 의류에 사용되는 포화 폴리에스터의 일종인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다양한 용도로 이용되는 폴리염화비닐도 심장 조직에서 나왔다"며 "큰 것은 지름이 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2~3배인 184㎛(마이크로미터)였다"고 덧붙였다.

값싸고 성형이 쉬우며 강성을 갖는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생분해가 어려운 특성 탓에 환경오염이 심해졌다. <사진=TED ED>

연구팀은 혈액 속의 미세 플라스틱의 종류와 조각들의 크기가 심장병 수술 전후 각각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수술 도중 미세 플라스틱이 몸으로 파고들었음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플라스틱은 쉽게 뽑아낼 수 있고 일정 수준의 강성을 가지며 성형이 쉬워 탄생 당시 기적의 소재로 각광받았다. 다만 생분해가 어려워 환경을 파괴하고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은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연구팀 관계자는 "플라스틱은 대량 생산 후 불과 한 세기 만에 남극과 북극까지 지구상 모든 곳에 보급됐다"며 "현재 세계에서는 1분 사이에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진다. 약 1400만t의 미세 플라스틱이 이미 바다에 흘러들어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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