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라고 인간과 환경에 이로운 건 아니다."

환경에 이롭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빨대 대신 도입된 종이 빨대의 90%에서 영구 화학물질인 유기 불소 화합물이 검출됐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교 연구팀은 24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종이 빨대의 90%에서 PFAS가 나왔다고 전했다. PFSA는 과불화합물 및 폴리플루오르화 알킬 물질을 포함한 유기 불소 화합물의 총칭으로 인체에 일정량 이상 쌓이면 다양한 장기에 악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소재의 빨대가 얼마나 많은 PFAS를 함유했는지 조사했다. 최근 유행하는 종이 빨대부터 유리, 대나무, 스테인리스, 플라스틱 빨대 총 39종을 검사한 결과 18종류의 PFAS가 검출됐다.

인체와 환경에 이롭다고 여겨졌던 종이 빨대. PFAS가 많이 검출돼 충격을 줬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모든 빨대의 69%에 PFAS가 포함돼 있었다"며 "PFAS가 가장 많이 검출된 것은 종이 빨대로, 화학물질의 농도 차이는 있지만 대략 90%에서 PFAS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PFAS 중에서도 특히 많은 것은 퍼플루오로옥탄산염(PFOA)"이라며 "이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갑상선 질환, 신장암 및 고환암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등 위험성이 있어 세계적으로 규제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종이 빨대에서는 트리플루오로아세트산(TFA)과 트리플루오로메탄술폰산(TFMS)도 나왔다. 이들 물질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빨대는 물론 음료로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조사 관계자는 "종이 빨대만큼은 아니지만 대나무 빨대는 검사 대상인 PFAS의 80%, 플라스틱은 75%, 유리 빨대는 40%가 검출됐다"며 "유기 불소 화합물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스테인리스 빨대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스테인리스 빨대를 갖고 다니며 쓰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약 1만2000종에 달하는 PFAS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종이 빨대에 많은 것은 간과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종이 빨대는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이미 도입됐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소비자 불만에도 친환경 소재라는 이유로 종이 빨대를 고수해온 업계로서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조사 관계자는 "종이 빨대에서 검출된 PFAS는 소량인 관계로 건강에 피해를 줄 위험성은 낮다"면서도 "PFAS는 한 번 흡수되면 배설되지 않고 점점 몸에 쌓이고 이미 몸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의 부하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종이 빨대에 포함된 PFAS는 발수코팅제가 유력한 원인이라고 추측했다. 친환경 소재로 인식되는 종이나 대나무가 빨대로 제조되는 과정에서 PFAS가 혼입된 것인지, 원료가 되는 식물을 키운 흙 등의 오염이 문제인지 향후 조사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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