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안에서 미라가 된 채 3000년이 지난 꿀벌 수백 마리가 발견됐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 연구팀은 2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약 3000년 전 벌집 안에 갇혀 그대로 미라가 된 꿀벌 수백 마리를 공개했다.

미라 벌들이 든 벌집은 포르투갈 남서부 오데미라 지역 해안가에서 채취됐다. 연구팀은 인근에서 총 4개 그룹의 고생물 유적이 발굴된 점에서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 중이다.

조사 관계자는 "벌들이 살았던 3000년 전 포르투갈은 막 청동기시대가 끝나가던 때"라며 "벌들은 어떤 이유인지 벌집 속 방이나 고치에 든 상태로 집단으로 죽었고, 그대로 미라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치에 든 꿀벌 미라의 X레이 사진. 3000년이 지났음에도 상태가 비교적 온전하다. <사진=리스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벌들은 애벌레를 키우거나 꿀을 저장하는 육각형 방 안에 빈틈없이 차 있었다"며 "일반적으로 곤충의 외골격은 키틴질로 이뤄지는데, 죽은 후 바로 분해되므로 미라가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설명대로 상태가 양호한 벌집 화석이 나온 적은 있지만, 온전한 벌 미라가 대규모로 발굴된 사례는 포르투갈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조사 관계자는 "벌의 성별 구분이 가능할 만큼 미라 상태는 대체로 양호하다"며 "어미벌이 둥지 안에 먹이로 넣어두는 꽃가루의 양까지 측정 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벌집 안에서 꺼낸 꿀벌 미라. 꿀벌 미라와 고착물을 덮은 실은 어미벌이 뽑아낸 것으로 방수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리스본대학교 공식 홈페이지·Andrea Baucon>

이 관계자는 "벌집의 주인은 지금도 포르투갈에 서식하는 꿀벌의 일종 수염줄벌의 동료로 확인됐다"며 "수염줄벌의 수명은 약 1년인데, 벌집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은 꽃이 만발하는 몇 주간에 한정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벌집 안쪽이 어미벌이 뽑아낸 비단 같은 실로 코팅된 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이 실은 방수 효과가 탁월해 벌들의 부패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구팀은 수백 개에 달하는 방에 들어찬 꿀벌들이 한꺼번에 죽어 미라가 된 이유가 불분명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수나 가뭄으로 인한 집단 아사를 생각할 수 있지만 벌집 안에 꽃가루가 많고 먹이도 충분해 급격한 기후변화가 유력한 이유로 꼽힌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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