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 놓인 꽃은 동물이 운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대인이 죽은 이에 헌화할 만큼의 사고를 가졌다는 기존 학설에 물음표를 던진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고고학자 및 생물학자로 구성된 영국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라크 샤니다르 동굴 속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서 나온 꽃가루 화석은 동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고학계는 1957년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무리의 매장지에 주목했다. 유골이 묻힌 무덤 하나에서 꽃가루 화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고고학자 랄프 솔레키는 꽃가루 일부가 약성을 가진 점에서 죽은 이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라고 결론짓고 이 내용을 책으로 냈다.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에서 나온 꽃가루 화석은 동물에 의해 옮겨졌을 뿐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랄프 솔레키의 생각은 이후 학계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2020년에는 샤니다르 동굴 속 꽃 화석이 고대인이 이미 구체적인 장례 의식을 갖고 있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되며 랄프 솔레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현대 학자들이 네안데르탈인을 과대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이라크 내 정치 불안과 오랜 전쟁으로 50년 가까이 샤니다르 동굴에 대한 정밀 조사가 불가능한 점도 이런 의구심을 키웠다. 동굴 퇴적물 안에 보존된 꽃가루 화석을 입수한 연구팀은 그 알갱이 크기와 형태, 표면 질감을 면밀히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꽃가루 화석은 고대인이 아닌 동물의 활동으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조사 관계자는 "퇴적물 안에 보존된 꽃가루 재조사 과정에서 꽃은 여러 종류로 같은 시기에 피는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누군가 죽어 매장될 때처럼 한정된 기간에 수집된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모았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인류는 죽은 이를 위해 꽃을 바치는 것을 중요한 장례 의식으로 여겨왔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다양한 꽃의 가루는 동굴에 살던 동물들이 모았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고슴도치 등 설치류는 보금자리에 나무나 꽃 등을 모아두는 습성이 있고, 꿀벌은 꽃가루를 벌집에 저장한다. 샤니다르 동굴에서는 네안데르탈인이 살던 4만5000년 전 만들어진 벌집 화석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꽃이 망자를 위한 부장품은 아니더라도 네안데르탈인이 종교적 세계관을 가졌을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조사 관계자는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유골은 큰 돌기둥 근처에 의도적으로 매장됐다"며 "이는 이 장소가 고대인들에게 아주 특별하고 중요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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