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조종하는 자율형 드론이 인간 챔피언의 드론을 이겼다. 체스 등 두뇌를 쓰는 분야에서 이미 인간을 꺾은 AI가 물리 세계에서도 인간을 능가한 결과여서 시선이 쏠렸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은 인텔과 공동 개발한 파일럿 AI '스위프트'가 조종하는 드론이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인간 챔피언 3명을 연달아 이겼다고 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세계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드론 레이스 리그 '멀티GP(MultiGP)'의 경기 룰에 따라 7개 게이트를 부딪히지 않고 가장 빨리 비행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연구팀은 '멀티GP'의 3차원 코스에 가상 드론 100대를 띄우고 그 경로를 '스위프트'가 학습하게 했다. '스위프트'는 내장된 카메라 및 관성 계측 장치를 통해 드론의 속도, 방향 등을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조종하는 법을 익혔다.

세계 드론 대회 '멀티GP' 형식으로 갖춰진 레이스에서 AI가 인간 세계 챔피언을 꺾었다. 파란색이 스위프트(AI), 빨간색이 인간 챔피언의 드론 비행경로다. <사진=취리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학습을 통해 '스위프트'는 비행 코스의 환경을 파악했고 몇 가지 비행경로를 구상했다"며 "그중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할 경로를 골라내는 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람이 한 달은 족히 걸려야 숙달할 '멀티GP' 코스를 단시간에 확인한 AI는 실제로 드론을 날리면서 코스에 발생하는 여러 돌발 상황까지 체크했다.

학습을 마친 AI는 '멀티GP'에서 실력을 입증한 세계 챔피언 2명과 스위스 챔피언 1명 등 3명과 대결했다. 이들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린 드론 계의 신의 손이지만 AI 앞에서는 무력했다.

AI가 조종한 파란색 드론은 거의 모든 게이트를 인간 챔피언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통과했다. <사진=취리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취리히 근교 공항 격납고에 가로세로 25m의 '멀티GP' 코스를 재현하고 경기를 가졌다"며 "'스위프트'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간 조종사가 감탄할 만큼 자로 잰 것처럼 정교한 턴을 연발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스위프트'의 가장 빠른 랩타임은 인간의 베스트 랩을 0.5초나 앞섰다. 물론 '스위프트'는 햇빛이 많이 들어 연습할 때보다 경기장이 밝아지자 드론 조종에 애를 먹기도 했다. AI는 미처 학습하지 않은 상황 변화에는 인간보다 대응이 늦기 때문이다.

실험 관계자는 "인간이 영영 AI를 이길 수 없다는 회의론이 팽배하지만 아직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AI가 사람들의 보편적 지식은 물론 경험에서 비롯되는 진짜 지식까지 습득하는 날이 오면 인간도 어쩌지 못하는 기계가 탄생할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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