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이 뛰어나고 감정 표현이 가능한 두족류가 영장류를 비롯한 포유류와 같은 대접을 받게 되면서 동물보호 단체가 일제히 환영했다. 반면 연구 활동을 펼치는 동물학자 일부는 난색을 표해 찬반 논란이 가열됐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NIH)는 이달 7일 공식 채널을 통해 두족류 연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NIH는 학자들이 두족류 연구에 앞서 정부 지원을 신청할 때 윤리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고, 연구의 세부 내용을 위원회에 공개하도록 했다.

NIH의 가이드라인은 유럽 일부 국가도 시행 중이어서 학계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와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미 두족류로 연구를 할 때 윤리적 승인이 필요하다. 이탈리아는 연구에 사용할 두족류 사육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작성했다. 이 안은 유럽연합(EU) 전체에 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NIH가 두족류 연구를 감시하기 시작한 것은 문어나 오징어 등이 통증을 느낀다는 가설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족류는 지능이 높고 감정이 풍부하며 마취에 대한 반응이 포유류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어와 오징어 등 두족류를 이용한 생물 실험 시 미국에서는 윤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사진=pixabay>

때문에 일부 동물학자들은 두족류가 포유류와 전혀 다른 진화 과정을 거쳤지만 고도의 인식력을 갖고 통증까지 느끼는 만큼 인간을 위한 연구를 위해 대충 다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NIH는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NIH 관계자는 "영장류를 포함한 포유류로 실험할 경우 가이드라인이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다"며 "인간이 원숭이나 쥐 같은 동물로 어떤 실험을 해도 좋다는 권리는 없다. 인류는 지구를 빌려 살아가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 처지이므로 동물실험은 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가이드라인은 척추동물만 보호해 왔고, 무척추동물에 대해서는 특별히 인도적 취급을 해야 한다는 규칙이 없었다"며 "지난해 말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NIH와 미국 공중위생국(PHS)에 서한을 보내 가이드라인에 두족류를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유럽 일부 국가의 두족류 실험 가이드라인은 식재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사진pixabay>

학자들은 NIH의 가이드라인을 반겼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문어 전문가 클리프턴 랙스데일 교수는 "두족류 등 동물을 이용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며, 이는 학계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대 의견도 적잖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 해양생물학자 로빈 크룩 교수는 "두족류에 대해 아직 인간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가이드라인이 인도적 대우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쥐는 마약성 진통제로 통증을 없앨 수 있지만 같은 약이 문어의 통증 수용체에 똑같이 작용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크룩 교수는 "문어나 오징어를 정중히 다루라고 입으로 말하기는 쉽지만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로빈 크룩 교수와 뜻을 같이 하는 학자들은 두족류에 대한 연구가 더 이뤄지고 나서 윤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NIH는 이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현시점에서 적용 가능한 두족류 실험 가이드라인은 분명 있다며 철회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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