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얼음 매장량은 천문학자들의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이 맞는다면 향후 유인 달 탐사나 전진기지 건설에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행성과학연구소(PSI) 및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공동 연구팀은 28일 공개한 관측 보고서에서 달에는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얼음 매장량이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달 남극 섀클턴 크레이터(직경 약 21㎞)와 주변 관측 결과 이런 가능성을 떠올렸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정찰 위성(LRO)에 탑재된 광학 관측 장치 'LROC'가 얻은 섀클턴 크레이터 표면 이미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KPLO)'의 '섀도우캠(ShadowCam)'이 찍은 크레이터 내부 사진을 조합했다.

달 남극 섀클턴 크레이터와 그 주변. LROC 및 섀도우캠이 촬영한 분화구 표면과 외부 사진을 조합했다. <사진=NASA·KARI 공식 홈페이지>

이후 연구팀은 달 자전축 기울기와 공전궤도 경사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달 극지 영구 음영의 대부분은 약 21억 년 이내에 생겼으며 아무리 오래돼도 33억 년 이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달의 영구 음영이 33억 년 전 이후에 생기기 시작했다면 그전에 유래한 물은 증발돼 남아있지 않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SwRI 관계자는 "달 영구 음영이 생성되기 전 화산 폭발 등으로 만들어진 물이나 얼음은 현재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연구 결과 섀클턴 크레이터는 향후 인류의 유인 달 탐사나 달 전진기지 건설 시 필요한 물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그 매장량은 지금까지보다 낮춰 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NASA와 KARI,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가 공동 개발한 섀도우캠의 광감도는 'LROC'의 200배다. '다누리'가 무사히 발사돼 달 표면을 관측한 덕에 섀클턴 크레이터 내부를 들여다봐 영구 음영에 묻힌 얼음 형태의 물의 양을 보다 정확하게 추산하게 됐다.

PSI와 SwRI의 공동 연구에서 도출된 달 남극의 영구 음영의 생성 연대(연령)를 표시한 지도. 적색은 33억 년 전, 녹색은 21억 년 전, 청색은 최근 생성된 것들이다. <사진=PSI·SwRI 공식 홈페이지>

SwRI 관계자는 "섀도우캠은 달 표면의 어두운 영역의 상세한 지형을 포착하는 데 적합한 반면 태양광이 비치는 영역은 이 장비가 들여다보기에 너무 밝다"며 "이 때문에 'LROC'가 찍은 이미지와 조합해 섀클턴 크레이터의 어둡고 밝은 지형을 모두 나타낸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달 표면의 물은 충돌한 소행성이나 혜성에 의해 운반되거나 화산 활동에 의해 달 내부에서 방출된다고 생각된다"며 "달 표면에 불어닥치는 태양풍 역시 물의 생성과 연관된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달에 존재할 물에 관한 다각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전기 분해를 통해 산소나 로켓 엔진용 추진제도 얻을 수 있다. 달의 영구 음영에 매장된 것으로 보이는 물이나 얼음이 주목받는 이유다. NASA가 진행 중인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 역시 물과 얼음이 매장된 섀클턴 크레이터 부근을 목표 지점으로 삼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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