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여행 명소 나폴리에서 대 플리니우스(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의 거처로 보이는 저택이 발견됐다. 바콜리 해안가 절벽 위에 지어진 건물의 연대는 대략 2000년으로 여겨진다.
이탈리아 고고학 연구팀은 ‘박물지(Naturalis historia, 자연사라고도 함)’의 저자로 유명한 로마제국 해군 제독 겸 정치가, 작가인 대 플리니우스의 것으로 보이는 저택 발굴 보고서를 23일 공개했다.
이 유적은 이탈리아 나폴리 외곽 바콜리의 레저시설 건설 현장 한쪽에 자리한다. 학자들은 저택이 기원전 1세기 지어졌으며 주인은 고대 로마 박물학자이자 정치가로 명성이 자자한 대 플리니우스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사 관계자는 “저택은 두꺼운 석벽으로 둘러졌고 커다란 방이 수십 개 마련됐다”며 “2000년 전 양식으로 구운 타일로 벽체가 완성됐고 채 부서지지 않은 파노라마형 테라스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건물은 절벽 위에 위치해 나폴리 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입지를 자랑한다”며 “멀리 이스키아 섬이나 프로치다 섬도 보일 만큼 풍경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대 플리니우스는 생전 박물학 저서를 여럿 남겼다. 그중 현대 백과사전의 모태가 된 ‘박물지’는 37권 10책으로 자연에 연관된 약 2500개 항목을 망라했다. 이 책은 로마제국 문헌 중에서도 손에 꼽는 분량을 자랑하며, 내용 면에서도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사 관계자는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폼페이가 잿더미가 될 때 대 플리니우스는 로마 서부 함대를 이끌고 있었다”며 “아끼는 사람들을 구하려 달려온 대 플리니우스는 구조 활동 끝에 엄청난 가스에 노출돼 질식사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는 대 플리니우스가 폼페이를 찾은 이유가 끔찍한 자연 현상에 대한 커다란 호기심이라고 본다. 미세눔, 즉 현재의 바콜리는 폼페이에서 약 25㎞ 거리로, 나폴리 만을 지나 스타비아에 도착할 사이 하늘을 뒤덮은 화산재를 대 플리니우스도 똑똑히 목격했다고 보는 이가 적잖다.
조사 관계자는 “로마 함대를 통솔한 대 플리니우스는 아마 저택에서 화산이 내뿜은 연기와 재를 봤을 것”이라며 “그의 거처는 사방을 정찰하기 쉽도록 일부러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곳에 전략적으로 지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바콜리 유적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 로마제국 당시의 생활이나 건축 구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다. 바콜리 자치구는 이탈리아 정부와 협의해 살아있는 역사인 저택 자체를 야외 박물관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