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태계 꼭대기에 자리하는 백상아리의 갓 태어난 새끼가 극적으로 포착됐다. 백상아리는 지금껏 새끼를 낳는 장면이 목격되지 않아 출산 과정의 정보가 없었다.

해양 동물 영상작가 카를로스 가우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UC 리버사이드) 박사과정 필립 스턴스는 29일 국제 학술지 '어류환경생물학(Environmental Biology of Fishes)'을 통해 우연히 촬영한 막 태어난 백상아리를 소개했다.

카를로스 가우나와 필립 스턴스는 지난해 캘리포니아 해역에서 백상아리 새끼를 드론으로 찍었다. 어미로 보이는 백상아리가 물속 깊이 잠수한 뒤 허연 작은 생물체가 해수면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다름 아닌 백상아리 새끼였다.

드론이 촬영한 백상아리 새끼 <사진=카를로스 가우나>

필립 스턴스는 "2023년 7월 9일 캘리포니아 센트럴코스트 해안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상어를 찾고 있었다"며 "배가 부른 암컷 백상아리가 잠수한 뒤 1.5m가량의 매끈한 새끼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고 전했다.

백상아리는 등이 회색이고 배가 흰색이다. 다만 드론이 촬영한 새끼는 온몸이 흰색이라 카를로스 가우나는 알비노 또는 백변종을 의심했다. 다만 영상을 확대해 느린 화면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상어의 몸에서 흰 막 같은 것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필립 스턴스는 "백상아리는 난태생으로, 새끼는 어미의 체내 알에서 부화해 자궁에서 충분히 자란 뒤 나온다"며 "흰 막은 아마 어미 백상아리의 자궁 내에서 새끼에 영양분을 주기 위한 배아 조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태어난 지 몇 시간, 길어야 하루가 지난 것으로 추측되는 백상아리 새끼 <사진=카를로스 가우나>

이어 "새끼 상어의 몸에 붙은 흰 막은 배아 조직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무도 백상아리의 갓 태어난 새끼를 본 적이 없어 확신하지는 못한다"며 "피부 질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드론으로 상당히 깔끔한 백상아리 새끼를 포착한 이번 성과에 주목했다. 바다의 포식자 백상아리는 숱한 연구와 추적 조사가 이뤄졌지만 출산 장소가 특정된 적도 없었다. 어미의 몸속에서 죽은 백상아리 새끼가 발견된 적은 있어도 갓 태어난 살아있는 새끼가 목격된 것은 처음이다.

새끼 백상아리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흰 막 <사진=카를로스 가우나>

필립 스턴스는 "관찰된 상어는 가늘고 짧고 둥그스름하며 크기로 봐도 갓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며 "아마 생후 몇 시간, 길어야 하루가 지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를로스 가우나는 "캘리포니아 센트럴코스트는 이전부터 백상아리 번식지로 여겨져 왔다"며 "백상아리는 먼바다에서 출산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이번 새끼는 해안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목격됐다는 점에서 기존 가설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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