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자극해 특정한 기억을 골라 되살리는 기술이 등장할 전망이다. 학계는 알츠하이머 등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골치 아픈 뇌 질환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 신경과학자 브렌트 로더 교수 연구팀은 20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뇌의 해마를 자극해 특정 기억을 되살리는 기술을 소개했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이 기술은 뇌의 기억 코드를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마를 자극해 기억을 상기시키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컴퓨터 메모리 경로를 해킹해 일부 정보를 임의로 되살리는 방법이다.

뇌에 저장된 기억을 임의로 되찾는 뇌 자극 기술이 조만간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pixabay>

브렌트 교수는 "개개인의 기억은 일상에서 아주 중요하지만, 깜빡 잊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며 "우리 연구의 출발은 기계의 도움으로 이런 기억을 강제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의 실험에서 신기술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수록 효과가 두드러졌다"며 "기술이 완성되면 알츠하이머나 머리 부상 등으로 뇌 장애를 입은 사람의 기억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당 기술은 뇌에 이식한 임플란트를 통해 뇌 신경 활동을 모니터링한다. 이를 컴퓨터로 해독해 모종의 프로그램 코드로 변환한다. 이후 코드를 바탕으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를 자극하면 원하는 기억을 필요할 때마다 들춰낸다.

알츠하이머 등 뇌와 기억에 관련된 질환은 아직 원인이나 치료법이 불명확하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뇌전증 치료를 위해 뇌 전극을 이식한 성인 14명을 대상으로 신기술을 시험했다. 사람, 동물, 사물 등 다양한 이미지를 제시하고 이를 각각 기억하게 하고, 피실험자의 뇌 활동을 전극을 통해 모니터링했다. 이후 기억 해독 모델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패턴을 만들어 해마를 자극하자 참가자들의 기억력이 평균 22% 향상됐다.

브렌트 교수는 "22%가 그리 대단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기억에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할 경우 효과는 40%에 육박했다"며 "뇌를 임의로 자극함으로써 특정 활동을 활성·비활성하는 기술이 정립되면 그 가치가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는 "우리 기술의 최종 목표는 알츠하이머, 뇌졸중, 머리 부상 등으로 잃어버린 기억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조만간 고도화된 기억 재생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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