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와 블랙홀은 거의 동시에 탄생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은하의 중심부에는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생각되는데, 양쪽 중 어느 것이 먼저냐를 두고 학자들의 논쟁이 계속돼 왔다.

프랑스 소르본대학교 천문학자 조셉 실크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을 통한 초기 우주 관찰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조셉 실크 교수는 "초기 우주 관측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결과의 조합은 은하와 블랙홀이 거의 동시에 탄생했음을 시사한다"며 "아울러 초기 은하가 예상보다 많이 존재할 가능성도 떠올랐다"고 전했다.

초기 우주 은하 중심의 거대 블랙홀의 상상도 <사진=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 공식 홈페이지>

은하와 블랙홀 중 어느 쪽이 먼저인지 논쟁은 학계의 오랜 딜레마다. 블랙홀이 먼저라고 치면 그 막강한 중력에 주위 물질이 당겨졌고, 이윽고 은하가 형성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은하의 거대한 물질들 내에서 탄생한 항성의 중력 붕괴로 블랙홀이 나중에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두 가설 모두 과학적 가능성이 있어 학자들은 순서를 놓고 오래 고민했다. 그러다 은하가 먼저라는 생각이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았다. 은하 중심부의 거대한 블랙홀의 씨앗은 항성의 탄생과 중력 붕괴 없이는 뿌려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스 덩어리들이 서로 중력으로 모인 블랙홀의 씨앗, 즉 항성은 은하 초기에 나타나므로 블랙홀보다 은하가 먼저라는 논리다.

연구팀은 은하가 먼저라는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정보를 분석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2022년 7월 공식 데뷔 이래 초기 우주에 관한 많은 관측 데이터를 쌓아왔다. 특히 초기 우주의 아주 밝은 은하를 대량으로 발견했다.

이번 연구에서 추측된 초기 은하의 진화 양상. 블랙홀 및 은하를 형성하는 항성들이 동시에 탄생하고(좌) 블랙홀이 성장함에 따라 항성도 대량으로 형성된다(가운데). 그러다 은하에 포함된 가스가 소모되면 블랙홀 활동이 항성 형성을 방해한다. <사진=조셉 실크>

조셉 실크 교수는 "제임스웹으로 관측된 초기 우주 은하의 데이터와 물질의 거동 시뮬레이션을 결합했다"며 "지금까지 가설과 달리 블랙홀과 은하는 거의 같이 형성됐고, 서로의 진화에 순작용과 부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이 정리한 초기 우주 은하와 블랙홀의 공진화 시나리오는 이렇다. 먼저 탄생 약 3억 년이 흐른 초기 우주에서 거대한 가스 구름이 뭉치고 중심부가 붕괴해 블랙홀이, 그 주변에 은하를 구성하는 항성들이 탄생했다. 이후 블랙홀이 주변 가스를 흡수, 제트를 방출했고 이 복사는 주변 가스 구름을 밀어내 밀도를 높이면서 항성이 탄생했다. 이 단계에서 블랙홀 활동이 별 형성을 촉진했으며, 이런 양상은 우주 탄생 3억~12억 년 후까지 지속됐다.

조셉 실크 교수는 "결국 가스는 항성 형성에 의해 소모되고, 블랙홀 복사로 인해 은하에서 이탈하고 말았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항성 탄생에 필요한 가스도 고갈되기 때문에 우주 탄생 후 12억 년이 지난 단계에서 블랙홀의 활동은 오히려 별 형성을 방해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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