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고대인의 진화상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초기 인류가 식량을 찾아다니는데 ADHD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인류학 연구팀은 21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특정 유전자가 관여하는 ADHD가 고대 인류의 식량 탐색을 도왔을 수 있다고 전했다.
ADHD를 가진 사람은 쉽게 산만해지고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며,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이다. 흥미를 갖는 대상이 쉽게 바뀌므로 돌발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ADHD가 고대에도 있었다면, 당시 인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ADHD를 가진 고대인이 최적 섭식 이론에 입각할 때 식량을 찾아내는 달인이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최적 섭식 이론은 동물이 먹이를 찾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 가정한 모델이다. 동물은 한정된 시간에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먹이를 찾도록 진화했다고 보는 이론이다.
연구팀은 최적 섭식 이론에 입각할 때 고대의 ADHD가 어떤 장단점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케냐 북부 애리얼 족 전원이 유전자 DRD4-7R의 변이를 가졌다는 2000년 논문에 주목한 연구팀은 ADHD의 배후 유전자가 사람을 탁월한 모험가로 만들어 생존력을 높였다고 생각했다.
최적 섭식 이론을 모델로 가능한 많은 과일을 얻는 게임을 준비한 연구팀은 성인 남녀를 무작위로 450명 모집, 8분간 플레이하도록 했다. 그 결과 ADHD를 가진 이들이 대체로 좋은 성적을 냈다.
조사 관계자는 "과일로 가득한 숲을 발견했다고 가정할 때, ADHD를 가진 이들은 일정량을 먹고 다른 숲을 찾아 나섰다"며 "유전자 DRD4-7R의 변이로 이런 경향을 보이는 ADHD는 고대에 보다 많은 식량을 모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움을 추구하는 DRD4-7R은 원래 모험가 유전자로 불린다"며 "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ADHD는 현대 사회에서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자연에서 음식을 찾아야 고대인에게는 필수 요소인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