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부에서 발굴된 사람 손 모양의 청동반(청동 판) 속 고대 문자는 바스크어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스크어족은 로마인들이 이베리아반도에 넘어오기 전인 약 2200년 전부터 존재했으며, 현재 스페인과 프랑스 일부 지역민 약 70만 명이 사용하는 고립된 언어다.

스페인 바스크대학교 고고학자 매틴 아이에스타란 교수 연구팀은 2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824년 건국된 중세 나바라 왕국 터에서 발견된 사람 손 모양 청동판이 바스크 문자를 담았다고 전했다.

2021년 스페인 서부 이룰레기 유적에서 발굴된 손 모양의 청동판 <사진=매틴 아이에스타란>

이 청동판은 2021년 스페인 나바라 주 아랑구렌 협곡에 자리한 이룰레기 유적 발굴 도중 나왔다. 크기 약 15㎝로 좌우 어느 손인지 특정할 수 없지만, 5개의 손가락이 제대로 표현됐고 정체불명의 고문자가 새겨져 관심을 모았다.

'이룰레기의 손'으로 유명한 이 청동판을 재조사한 매틴 교수 연구팀은 새겨진 4줄의 문장 중 한 단어가 행운을 뜻하는 바스크 문자 'zorioneko'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이 청동판이 현존하는 바스크어와 고대 바스크어족을 비교 분석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입장이다.

연구팀이 제시한 이룰레기의 손의 용례 <사진=매틴 아이에스타란>

연구팀은 또한 이 청동판 위쪽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실제 용도도 추측했다. 매틴 교수는 "행운이라는 문자가 판에 새겨졌다는 것은 고대인이 뭔가 기원하며 부적같이 썼음을 의미한다"며 "행운을 주는 부적으로 집 입구에 걸어 장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스크어족은 기원전 700년 무렵 끝난 청동기시대 유라시아 스텝 침략자들이 인도유럽어를 이베리아 반도로 들여오기 전 널리 사용됐다"며 "이 청동판이 발굴된 지역은 바스크어족 사용자들의 옛 거주지였다는 점에서 침략 전쟁을 막기 위해 부적이 유행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베리아반도에서 발굴된 손 모양의 동판과 이룰레기의 손 비교도 <사진=매틴 아이에스타란>

연구팀은 '이룰레기의 손'이 실제 마을 중심에 있는 주거지 안에서 발굴된 점, 이베리아반도에서 발견된 비슷한 크기 및 모양의 청동판 일부에도 문자나 새겨지거나 구멍이 있다는 점에서 집 문에 걸고 행운을 빈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 결과가 고대 이베리아인의 특별한 습관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매틴 교수는 "그리스의 고전 등 역사서에 따르면, 이베리아인은 쓰러뜨린 적의 머리나 손을 잘라 집이나 사원, 마을 입구에 걸어놓는 풍습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지금도 유럽에서 사용되는 바스크어의 수수께끼, 그 배후의 역사를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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