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벌레의 특수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도입해 노화를 늦추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곰벌레는 극한의 상황에도 장시간 버티는 막강한 생명력을 가져 미 항공우주국(NASA)도 실험한 완보동물이다.

미국 와이오밍대학교 생명공학 연구팀은 곰벌레 특수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응용한 실험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곰벌레는 주변 상황에 따라 특유의 방어 시스템인 턴(tun)을 가동, 대사를 거의 멈추고 버틸 수 있다.

연구팀은 곰벌레가 극한 상황에서 일부러 탈수가사 상태에 들어가고, 이때 특수한 단백질을 만드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지상 최강의 생물로 불리는 곰벌레의 특수 단백질이 인간 생명을 구하거나 노화를 막아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험 관계자는 "우리 연구는 곰벌레가 강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체 탈수가사 상태가 되는 턴 메커니즘을 일부 규명한 것"이라며 "곰벌레의 특수 단백질을 주입한 인간 세포는 분자 프로세스가 감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곰벌레 <사진=NASA 에임스연구센터(Ames Research Center) 공식 홈페이지>

몸길이 약 0.5㎜에 불과한 곰벌레는 펄펄 끓는 고온과 절대영도에 견디며 인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천 배의 방사선에 노출돼도 살아남는다. 오래 먹지 않아도 되며, 우주 공간 등 진공상태에 방치해도 죽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곰벌레가 턴을 통해 압도적인 방어력을 갖기에 가능하다. 

실험 관계자는 "곰벌레가 턴 상태에 돌입하면 특수한 단백질 'CAHS D'가 형성된다"며 "이 단백질은 세포 내에서 겔을 만들어내 생명 활동을 감속하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AHS D'가 인간 세포에 대해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이번 실험에서 확인됐다"며 "곰벌레와 같은 단백질을 가진 인간 세포는 턴 상태에 들어갈 경우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증가, 곰벌레와 비슷한 힘을 발휘했다"고 덧붙였다.

곰벌레가 가사상태에 들어갈 때 만들어지는 특수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도입한 와이오밍대학교 생명공학 연구팀 <사진=와이오밍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일단 턴 상태에 들어갔던 인간 세포는 상당한 수준까지 회복도 가능했다. 주변의 스트레스가 완화되면 곰벌레의 겔이 녹아 통상적인 대사를 시작하는 것과 비슷했다.

연구팀은 곰벌레 단백질을 이용해 혈우병 치료제를 냉장 처리 없이 안정화하는 실험도 이미 성공했다. 아직 불완전하지만 인간 세포는 물론 신체 대부분을 턴 상태로 유도하는 기술의 열쇠를 얻었다고 연구팀은 의미를 부여했다.

곰벌레의 생명력을 인간 등 동물에 응용하는 연구는 상당히 활발하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은 지난해 4월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서 곰벌레 유전자를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실험이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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