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이 매장된 위치가 인공지능(AI)을 동원한 고문서 연구 끝에 확인됐다. 플라톤은 자신이 세운 학원 아카데메이아 내부에 묻힌 것으로 알려져 왔으며, 정확한 무덤까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국립연구원(CNRI)은 2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검게 그을리고 탄화된 파피루스 두루마리의 분석 과정에서 플라톤의 매장지 정보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플라톤은 서양 철학의 기초를 만든 인물이다.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의 철학과 역사, 문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플라톤은 지금까지 어디 잠들어 있는지 세세한 장소는 알 수 없었다.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의 아카데메이아 내부 정확한 매장 위치가 특정될 전망이다. <사진=pixabay>

결정적인 단서는 이탈리아 나폴리 근교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손상된 파피루스가 품고 있었다. 베수비오 화산은 79년 8월 24일 대폭발을 일으켰는데, 이로 인해 그 유명한 폼페이 최후의 날이 벌어졌다.

당시 화산 폭발로 엄청난 화산재가 폼페이 및 헤르쿨라네움 일대를 뒤덮었다. 사람부터 동물, 건물 할 것 없이 화쇄류에 파묻혔다. 헤르쿨라네움 유적에서 나온 파피루스 문서는 심하게 탄화돼 살짝 건드려도 부스러졌다. 학계는 이 문서를 손대지 않고 해독하려 했고, 많은 학자들이 베수비오 챌린지에 도전했다. 최근 연구에는 인공지능(AI)이 적극 동원됐다. 

CNR 관계자는 "파피루스는 대부분 탄화로 조직이 약해져 내부를 보려면 최신 과학기술을 총동원해야 했다"며 "각국의 AI 전문가가 두루마리 해독에 줄기차게 도전한 결과, 당초 기대를 웃도는 약 2000자의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쇄류 열에 타고 오그라든 파피루스의 내용을 판독하는 작업 <사진=CNR 공식 홈페이지>

이어 "23일 열린 문화유산 학술회의에서는 파피루스의 해독을 통해 얻은 플라톤의 매장 장소가 마침내 보고됐다"며 "적외선 및 열 화상 장비, X선 단층 촬영 시스템, 디지털 광학 현미경에 인공지능을 조합한 쾌거"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해독된 것은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자이자 시인 필로데무스가 남긴 두루마리다. 파피루스가 나온 곳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장인이 소유했던 별장인데, 필로데무스가 한때 여기서 생활한 기록이 남았다. 

CNR 관계자는 "해독한 두루마리는 플라톤이 개설한 아카데메이아에 대해 서술한 것으로, 지금까지 여기 담긴 문서의 약 30%인 1000어 이상이 해독됐다"며 "플라톤이 매장된 장소에 대한 정보는 여기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서기 79년 분화해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일대를 생지옥으로 만든 베수비오 화산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플라톤이 아카데메미아 부지에 매장된 것만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는 그 정확한 장소를 특정해냈다"며 "새로 해독된 문장을 통해 플라톤은 플라톤 학파를 위해 예비된 개인 구역에 묻혔으며, 이는 무세이온(학당) 근처임을 알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CNR에 따르면, 파피루스 해독에 따라 플라톤이 노예로 팔린 시기가 기원전 404년 또는 소크라테스의 죽음 직후인 기원전 399년일 가능성도 떠올랐다. 역사학자들은 플라톤이 기원전 387년경 노예로 팔렸다고 여겨왔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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