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대기로 향하는 태양 활동이 머잖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운용하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소멸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 포럼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영국 등 세계 각지에 오로라를 야기한 태양 활동은 이전 극대기보다 한층 강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멀티미디어 포럼 빅 싱크(Big Think)에는 최근 활발한 태양 활동이 결국 허블망원경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흥미로운 포럼이 게재됐다.

포럼은 이달 초에서 중순 발생한 태양 플레어의 영향으로 극지방 등 고위도에 발생하는 오로라가 저위도 지역에 잇달아 출현한 것은 허블망원경에 좋지 않은 징조라고 분석했다. 극대기에 발생하는 태양 폭풍으로 지구 대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대기와 위성 및 탐사선의 상호작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위성이 받는 항력이 커져 고도가 한층 떨어진다고 빅 싱크는 해설했다.

1990년 발사된 허블우주망원경. 2022년 차세대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어엿한 현역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가 1990년 발사한 허블망원경은 지구 고도 약 620㎞에 배치됐다. 1993년 고도가 590㎞까지 낮아지자 NASA는 서비스 미션을 통해 고도를 끌어올렸다. NASA는 주기적으로 허블망원경의 고도를 강제로 높였지만 우주왕복선 운용이 2009년 끝나면서 고도는 570㎞에서 계속 떨어져 왔다.

허블망원경 프로젝트 팀은 1992년 태양 극대기에 고도가 크게 낮아지자 정밀 조사에 나섰다. 태양 폭풍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구의 송전망이나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지구를 도는 위성과 탐사선의 고도에도 중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빅 싱크는 "지구 대기와 우주 공간은 분리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대기와 우주 공간에 뚜렷한 경계선은 없다"며 "지표면에서 수천 ㎞ 높이라도 대기의 입자는 희박하게 떠돌기 때문에 고도 2000㎞ 이하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이나 탐사선은 대기 입자와 상호작용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연도별 태양 흑점 증가(주황색)에 따른 허블우주망원경의 고도(파란색)를 나타낸 그래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위성과 대기 입자의 충돌이 가져오는 에너지는 물론 극히 적다"면서도 "비록 하나하나의 충돌이 원자나 분자 수준이라도, 시간이 경과하면 항력으로 변해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은 점차 고도가 떨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허블망원경의 고도가 처음 낮아진 시기는 태양 활동 극대기 1992년과 일치한다. 활발하고 온화한 시기를 반복하는 태양 활동 주기는 약 11년이다. 최근 30년간 태양 극대기는 1992년과 2003년, 2014년, 극소기는 1997년과 2009년, 2020년이었다. 따라서 다음 극대기는 2025년 또는 2026년으로 예상돼 왔다.

흑점은 태양 활동의 증가에 맞춰 늘어난다. NASA에 따르면, 태양 극소기인 2009년과 2020년은 흑점이 하루 0~5개였으나 2024년은 지금까지 하루 평균 100개 이상 관측됐다.

용인어린이천문대 소속 박정하 씨가 12일 강원도 화천에서 촬영한 오로라. 이례적으로 강한 태양 활동이 야기한 드문 현상이다. <사진=KASI 공식 홈페이지>

온도 약 4000℃로 주위보다 2000℃ 가까이 낮은 흑점은 태양 활동이 활발하면 많아지고 고온으로 전리된 입자를 뿜어낸다. 이 태양풍이 지구를 향하면 전자파나 입자가 위성이나 전자기기에 피해를 초래한다. 지난 10일을 전후해 세계 각지에서 오로라가 관측된 것도 막대한 태양 활동의 영향이다.

빅 싱크는 "25기인 이번 태양 극대기는 24, 23기와 비교해 한층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대로라면 허블망원경의 고도는 최소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태양 활동 극대기는 2025년 혹은 2026년 초인 관계로 향후 허블망원경 고도는 급격하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허블망원경의 고도는 현재 속도라면 2026년 말 처음으로 고도 500㎞를 밑돌고, 27기 태양 극대기 전에 지구 대기권에 재돌입해 소멸할 것으로 NASA는 보고 있다. NASA는 33년째 활동 중인 허블망원경이 아직 운용 가치가 있다고 보고 스페이스X 등 민간 업체와 협의해 고도를 높일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