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약 400광년 떨어진 곳에서 동시에 제트를 분출하는 거대 쌍둥이 천체가 발견됐다. 첨단 관측 장비들이 각각 얻어낸 귀중한 데이터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전례가 없는 거대 원반과 제트의 존재가 드러났다.

미국국립전파천문대(NRAO) 및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최근 각 채널을 통해 뱀주인자리 성운집합 로 분자구름 복합체(Rho Ophiuchi cloud complex)에 자리한 WL20 항성계에서 어마어마한 제트를 뿜어내는 천체 한 쌍을 소개했다.

스피처우주망원경이 포착한 WL20 항성계 주변(왼쪽). 오른쪽은 알마 전파망원경군 및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WL20 관측 정보를 조합한 확대 이미지다. <사진=NRAO·NASA JPL 공식 홈페이지>

NRAO와 NASA에 따르면, WL20 항성계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제트를 평행하게 방출하는 천체가 자리한다. 두 기관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대규모 전파망원경군 알마(ALMA)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서로 다른 스펙트럼 데이터를 조합해 전대미문의 쌍둥이 천체를 파악했다.

NRAO 관계자는 "알마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각각 전자기 스펙트럼이 다른 부분을 관찰하도록 설계됐다"며 "두 첨단 우주 관측 장비의 데이터 조합 과정에서 우리는 뜻밖의 천문 현상과 마주했다"고 말했다.

WL20 항성계 주변의 거대한 원반과 제트의 상상도 <사진=NRAO·NASA JPL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우주의 대부분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천체들이 내는 빛(전자파)은 흔히 인간의 시각이 감지하는 스펙트럼을 벗어난 파장이기 때문"이라며 "알마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잡아낸 각기 다른 전자파 관측 결과를 합치자 두 개의 천체와 거기서 평행하게 방출되는 두 줄기의 제트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관측된 천체는 각각 크고 두꺼운 원반에 둘러싸여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제트를 뿜는 천체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원시별이라는 점에서 셋 중 하나로 추측된다. 원반은 거의 평행하며, 제트 역시 나란히 분출된다. 알마 전파망원경군의 데이터에 의하면, 원반의 지름은 지구와 태양 거리(약 1억5000만㎞)의 약 100배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중간 적외선 장치(MIRI)가 얻은 데이터를 통해서는 제트의 화학 조성도 알 수 있었다.

알마 전파망원경군 및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쌍둥이 천체 관측 정보를 조합한 사진(왼쪽). 오른쪽은 각 장비가 개별로 잡아낸 원반 및 제트의 이미지다. <사진=NRAO·NASA JPL 공식 홈페이지>

NASA JPL 관계자는 "알마는 원반의 형태를 제법 상세하게 잡아냈지만, 그것만으로는 중앙에 구멍이 뚫린 커다란 원반의 가장자리밖에 들여다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JPL이 마침 30년 가까이 WL20 항성계를 연구해 왔던 터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대조·합성해봤고, 그제서야 놀라운 전체상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우주의 쌍성 연구가 대부분 그 주변의 천체 조사에 국한된 점에서 이번 발견이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WL20 항성계의 비밀에 막 다가선 상황이지만 이번처럼 여러 최신 관측 장비의 정보를 결합하면 뜻밖의 수확을 올릴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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