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모래폭풍이 발생하기 전 화창한 날씨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난리 직전의 고요를 의미하는 폭풍전야는 원래 태풍이 오기 전 맑고 평온한 날씨를 뜻하는데, 지구는 물론 화성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는 주장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UCB) 대기과학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화성의 모래폭풍은 현지에서 활동 중인 탐사 장비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오염시켜 중대한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많은 조사가 진행돼 왔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정찰 위성(MRO)이 장기간 수집한 관측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화성 모래폭풍의 약 70%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날씨 패턴을 특정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화성의 맑은 날씨가 모래폭풍 발생의 원인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조사 관계자는 "MRO에 탑재된 기후 관측 기기 MCS(Mars Climate Sounder)이 15년간 화성 대기와 지표 데이터를 수집했다"며 "이를 통해 화성의 얇은 대기권을 많은 태양광이 통과하면서 일어나는 따뜻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화성 모래폭풍의 약 70%는 길지 않은 이 따뜻한 시기 직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맑고 따뜻한 날씨와 모래폭풍 발생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패턴만은 확실하게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확인한 현상은 지구에서도 흔히 일어난다. 지표면이 따뜻해지면 그 바로 위 대기층이 부력을 받아 상승한다. 이때 땅의 티끌도 같이 말아 올린다. 화성에서는 대기가 맑아지면 태양광이 땅에 더 많이 닿으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모래폭풍이 일어난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화성의 모래 폭풍은 지구에서도 망원경을 사용하면 관측할 수 있다"며 "이런 모래폭풍은 매년 발생하며, 초대형이라고 이를 만한 모래폭풍이 도래하는 빈도는 3년에 한 번, 지구 시간으로는 5.5년에 한 차례"라고 설명했다.
화성의 날씨는 현지 탐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2018년 화성에 도착해 지진 관측 활동을 펼친 NASA 탐사 로버 인사이트는 2022년 발생한 초대형 모래폭풍에 휘말려 태양광 발전 능력을 상실, 미션을 종료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