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집게손가락)가 긴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뇌가 크고 더 똑똑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로는 태아 때 받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이 꼽혔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Early Human Development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남자는 태아 때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을 많이 흡수할수록 검지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고, 그 길이에 비례해 뇌도 크다고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검지와 약지(약손가락) 길이 비율(2D:4D 비율)로 알 수 있는 태아기 호르몬의 균형을 장기간 조사했다. 이 비율은 임신 초기 태아가 노출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상대적 양에 의해 결정된다고 여겨진다.
신생아 225명(남아 100명, 여아 125명)을 모은 연구팀은 검지와 약지 길이와 뇌 크기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아기의 뇌 크기를 추정하는 지표로 머리둘레를 재고, 손가락 비율과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존 매닝 교수는 "태아기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남아일수록 검지가 길었고, 그에 비례하듯 머리둘레가 크고 뇌의 크기(부피와 무게)도 컸다"며 "신생아의 머리 크기는 이후 지능지수(IQ)의 높이와도 연관이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아의 경우 손가락 비율과 머리 크기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애당초 테스토스테론이 우세해야 할 남아에 에스트로겐이 영향을 주면서 뇌의 거대화라는 진화상의 특수성이 발현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뇌의 크기가 지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증했다. 뇌 용량과 지능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오래됐는데, 최신 연구에서는 뇌 크기보다 구조나 각 신경세포 연결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대두됐다. 2015년 오스트리아 빈대학교가 실시한 대규모 조사에서는 뇌 크기와 IQ의 상관관계는 있으나 그 영향은 미미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존 매닝 교수는 "사람간의 연구는 아직 진행 중이라 뇌 크기와 지능의 연관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사람과 영장류 간의 비교에서는 양자의 연관성이 크게 드러난다. 우리 연구에서 밝혀진 에스트로겐에 따른 뇌의 대형화는 인류가 지성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물리적 설계 변화의 기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수는 "태아기에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약지가 긴 남성도 불리한 건 아니다. 폐활량이 많고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회복력도 높은 경향이 확인됐다"며 "손가락 길이에는 우리가 태어나기 전 발달 단계에서 받는 호르몬의 영향이 뚜렷하게 기록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