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양서류의 일종 분추목이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는 가설을 입증할 자료가 나왔다. 분추목은 중생대에 번성한 다양한 양서류의 분류군이다.
스웨덴 국립자연사박물관(SMNH) 벤자민 키어 박사 연구팀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달 22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먼저 소개됐다.
트라이아스기 초기, 바다를 누빈 고대 양서류 분추목은 놀라운 적응력으로 전 세계에 확산한 것으로 추측돼 왔다. 1960년대 호주 킴벌리 지층에서 분추목 생물 트레마토사우루스과 화석이 발굴돼 이 가설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해당 화석을 연구한 학자들은 신종임을 인정하고 1972년 에리트로바트라쿠스 눈칸바헨시스(Erythrobatrachus noonkanbahensis)로 명명했다. 다만 이 귀중한 화석은 연구를 위해 여러 기관에서 보관하던 중 사라져 50년 가까이 행방이 묘연했다.
양서류의 진화 해명을 위해 이 화석이 필요했던 연구팀은 2024년 대규모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와 서호주박물관 등 서로 다른 수장고에 흩어진 고생물 화석을 전수조사해 에리트로바트라쿠스 눈칸바헨시스의 조각들을 특정했다.
벤자민 키어 박사는 “화석 단편들을 하나로 통합해 최신 기술에 의한 재분석을 실시했다”며 “이 양서류는 대멸종 직후 혹독한 환경을 견디면서 북극에서 남반구까지 바다를 넘어 단기간에 퍼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어 “화석을 입체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단일종으로 여겨진 에리트로바트라쿠스 화석군 내에 다른 속 아파네람마(Aphaneramma)가 혼재된 것도 알아냈다”며 “두 종 모두 트레마토사우루스과로, 해양 생태계 생존에 특화한 신체를 가졌다”고 덧붙였다.
에리트로바트라쿠스는 튼튼한 머리뼈를 가진 포식자로, 물고기를 잡아먹기 적합한 가늘고 긴 주둥이를 가진 아파네람마와 형태적 차이는 분명하다. 다만 같은 과 동료로서 공통적으로 해양 환경을 견뎌낼 능력을 갖췄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현재의 서호주 북단인 킴벌리는 붉은 흙이 펼쳐진 건조한 땅이다. 2억50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초기에는 바닷물과 담수가 덮은 얕은 진흙 습지였다. 당시 이곳에 터를 잡은 동물 중 하나가 분추목이다. 현대 개구리와 도롱뇽의 조상에 가까운 그룹으로, 현생종 도롱뇽과 악어를 교배한 독특한 외형에 탄탄한 골격을 갖춘 몸길이는 2~3m의 동물로 추측돼 왔다.
벤자민 키어 박사는 “원래 양서류는 피부 구조상 염분에 약해 해양 진출이 불가능하다”며 “에리트로바트라쿠스와 아파네람마는 지구 역사상 최대의 멸종 이벤트인 페름기 말기 대멸종 이후 불과 100만 년도 지나지 않아 염분 내성을 얻었고, 혹독한 해양환경을 생활권으로 삼았다”고 언급했다.
박사는 “이번 재발견은 트레마토사우루스과 그룹이 중생대의 매우 이른 시기에 대륙 연안을 따라 북극에서 남반구까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증거”라며 “공존이 확인된 아파네람마속 화석은 북극권의 스발바르제도, 러시아,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보고되는 만큼 증거는 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뛰어난 적응력을 가진 트레마토사우루스과는 안타깝게도 현대까지 살아남지 못했다. 트라이아스기 말기에 쇠퇴가 시작된 이 종은 백악기(약 1억2000만 년 전)를 기점으로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