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색상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리의 인상이 청각은 물론 시각에 의해서도 변한다는 주장에 학계의 관심이 모였다.

독일 베를린공과대학교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달 말 발간된 학술지 The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가상현실(VR)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시각도 청각과 마찬가지로 소리에 반응하고, 이를 통해 각기 다른 인상을 만들어내는 것을 알아냈다. 이를 응용해 콘서트홀 내부 색상에 변화를 주면 청중의 음악적 몰입도 달라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콘서트홀을 만들 때는 내부 색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베를린공대 슈테판 바인지엘 교수는 “음악은 귀로만 즐긴다고 여겨지지만, 청각 이외의 감각도 자극을 받는다”며 “조명이나 시각 효과가 콘서트의 몰입감을 높인다는 사실은 선행연구로 밝혀졌는데, 시각이 소리 자체의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입증한 실험은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콘서트홀의 색이 청취자의 소리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피실험자를 모아 VR 헤드셋을 제공하고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을 기본으로 한 가상 콘서트홀을 체험하게 했다. 색상과 밝기(명도), 선명도(채도)를 조정해가며 콘서트홀 내부 색상을 총 12가지로 구현했다.

피실험자들은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으로 연주한 템포 및 시대가 다른 4가지 곡을 듣고 음의 강도, 울림, 표현, 감상 등을 주관적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콘서트홀의 시각적 디자인과 청자가 느끼는 소리의 표현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특히 음악의 질감에 관련된 요소는 색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VR 기술로 구현한 콘서트홀. 내부 색상에 따라 같은 음도 다르게 듣는 경향이 확인됐다. <사진=슈테판 바인지엘>

빨강이나 주황 같은 밝고 따뜻한 색조의 공간은 청자가 듣는 소리를 보다 따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하늘색이나 녹색 같은 차가운 색조의 공간에서는 같은 소리라도 더 차갑게 느끼는 경향이 확인됐다.

아울러 음악을 들은 경험이 풍부할수록 소리와 색의 연관성이 뚜렷했다. 소리의 크기 자체에 대한 느낌에는 변화가 없었고, 피실험자들은 밝은 홀보다 어두운 홀에서 연주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슈테판 교수는 “콘서트홀 설계에 있어 시각 요소는 반드시 따져야 할 요소였다”며 “홀의 음향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이 투입되지만, 시각과 관련된 외관이 소리의 인상에 미치는 기여는 간과돼 왔다. 음향 기술자의 경우 무대와 객석의 조명, 나아가 바닥과 의자의 색상을 고려하는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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