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많은 해수어 흰동가리는 자라면서 흰 줄무늬 하나가 사라지는데, 그 속도를 상황에 따라 조절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수생생물 연구팀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2월 호에 먼저 실렸다.

흰동가리는 픽사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한 오셀라리스 클라운피쉬의 동료다. 오셀라리스 클라운피쉬가 평생 흰색 무늬 3개를 달고 사는 것과 달리, 흰동가리는 성장 과정에서 하나가 없어진다.

흰동가리 몸통의 흰 줄무늬가 사라져 가는 단계별로 피부를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이미지 <사진=OIST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흰동가리 치어를 다양한 환경에서 관찰하는 과정에서, 개체가 받는 사회적 압박감이 흰색 줄무늬가 사라지는 속도에 관여하는 것을 알아냈다. 구체적으로는 성체 한 쌍과 함께 사는 치어는 혼자 사는 치어보다 줄무늬가 옅어지는 속도가 확실히 빨랐다.

OIST 수생생물학자 미우라 사오리 박사는 “성체와 같이 사는 환경에서는 불과 몇 주 만에 치어의 줄무늬가 사라졌다”며 “성체가 없는 환경에서 자란 치어는 무늬가 옅어지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었다”고 말했다.

흰동가리의 줄무늬가 사라지는 현상은 피부 속에 반사판 같은 세포가 아폽토시스(일명 세포자살. 특정 세포를 제거하는 생물 메커니즘)를 하며 벌어진다. 연구팀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줄무늬가 사라지는 시점에 맞춰 특정 세포가 수축하고 분해됐다.

흰동가리 성체 <사진=pixabay>

유전자 분석에서도 성체가 있는 환경에서는 아폽토시스를 명령하는 스위치와 성장을 조절하는 호르몬 관련 유전자가 활발히 작동했다. 즉 흰동가리 치어는 주변에 자신보다 강한 개체가 있으면 그 스트레스 자극을 호르몬 신호로 바꿔 몸의 구조를 바꾼다는 이야기다.

미우라 사오리 박사는 “이는 엄격한 수직관계를 버티기 위해 흰동가리 치어가 터득한 생존전략 같다”며 “말미잘이라는 한정된 거처를 둘러싼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흰동가리가 얻은 진화의 산물일 것”이라고 전했다.

흰동가리의 생태에서 하나의 말미잘에 살 수 있는 개체의 수는 정해져 있다. 새로 들어온 치어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떻게든 쓸모 있는 존재로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려 줄무늬 하나를 없앤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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