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같은 온도인데 물보다 훨씬 차갑다."
3월 말이지만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예년의 4월 하순 날씨를 보인다. 한낮 활동을 하다 보면 냉장고에서 막 꺼낸 탄산음료 생각이 간절하다. 여기서 질문 하나. 같은 온도라도 탄산음료가 물보다 훨씬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대체 뭘까.
이 기묘한 감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그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화학자, 식품공학자, 신경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험을 반복해 왔고, 탄산이 실제로 차가움을 증폭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MCSC)는 1992년 국제 학술지 Chemical Senses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탄산과 온도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한 연구 보고서를 냈다. 연구팀은 탄산음료를 더 차갑게 할수록 톡 쏨, 따끔거림 같은 약한 통증이 증가하는데, 이런 자극을 조절하는 이산화탄소가 많을수록 피실험자들이 보다 차갑게 느낀다는 것을 알아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UC Davis) 연구팀은 1999년 탄산은 단순한 차가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통증 신호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Journal of Neuroscience에 낸 실험 보고서에서 탄산 속의 이산화탄소가 입안에서 탄산무수화효소에 의해 탄산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삼차신경의 노시셉터, 즉 통증 수용체가 자극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탄산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이 시원함을 주는데, 이는 촉감이 아니라 화학적 자극이라고 강조했다. 노시셉터는 통증, 자극과 함께 차가움을 처리하는 경로로 탄산이 혀와 입 내부, 목구멍에 약한 통증을 유발하면 이 자극을 뇌가 시원함으로 오인한다는 이야기다.
2016년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는 탄산음료의 온도가 내려갈수록 갈증 해소감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알아본 실험 보고서가 실렸다. 여러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 연구팀은 탄산 자체가 실제보다 더 많은 음료를 마신 것처럼 인식하게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선행연구들과 마찬가지로 탄산음료가 더 시원한 이유는 온도뿐이 아닐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국적 신경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019년 국제 학술지 Chemical Senses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탄산 자극은 분명한 화학적 감각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차갑지 않은 탄산음료일지라도 온도와 별개로 입안의 자극 감각, 특히 냉감을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탄산음료는 탄산이 신경을 자극하면서 통증을 활성화한다. 삼차신경은 통증과 차가운 자극을 함께 처리하기 때문에 뇌는 이를 더 시원하다고 인식한다. 더욱이 탄산음료를 차갑게 하면 이중 냉각 효과가 발휘돼 물보다 훨씬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즉, 탄산음료는 뇌가 차갑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