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단순한 놀이 도구처럼 보이지만, 인류가 우연과 확률을 이해하기 시작한 가장 오래된 흔적 중 하나다. 지금까지 이뤄진 다양한 연구는 이 작은 도구의 역사는 물론 인류와 관계, 그 가치를 다각적으로 조명해 왔다.
주사위의 탄생은 무려 1만3000년 전이라는 최근 연구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로버트 매든 연구원은 6일 학술지 미국 유물(American Antiquity)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주사위는 미국 서부 원주민이 1만3000년 이상 전부터 만들어 썼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미국 역사학자 스튜어트 컬린이 1907년 저술한 북미 인디언의 놀이(Games of the North American Indians)에 주목했다. 컬린은 생전 미국 원주민들의 문화에 주목했는데, 이들이 동전 던지기처럼 무작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원시 주사위를 쓴 사실을 알아냈다.
로버트 매든 연구원은 컬린의 저서를 토대로 주사위의 기준을 목재 또는 골조로 제작할 것, 양면 이상의 구조일 것, 각 면이 도료나 무늬 등으로 명확히 구분될 것 등 일정 기준을 만들었다. 이후 미국 중서부 그레이트플레인스 평원과 서부 로키산맥 일대의 58개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 수백 점을 재분석, 565점 이상이 주사위일 가능성을 떠올랐다.
이중 특히 오래된 유물은 약 1만2800년 전, 즉 빙하기 말기의 것으로, 기존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주사위보다 무려 6000년 앞섰다. 특히 클로비스 문화(약 1만3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주사위도 확인됐다.
매든 연구원은 “메소포타미아나 인더스 문명의 주사위(약 5500년 전)보다 6000년 이상 먼저 만들어진 주사위는 정육면체는 아니고, 나무나 뼈로 만든 이진형 주사위(binary lots)”라며 “동전 던지기처럼 예, 아니오를 결정하는 이 도구는 인간의 확률적 사고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은 이미 1만 년 전부터 의도적으로 ‘무작위 결과’를 만들어내고 활용했다”며 “단순한 놀이를 넘어 반복 가능한 규칙을 창조하고 결과의 불확실성을 즐기며 선택의 분기를 이해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인류 최초의 확률적 사고의 흔적이 수학적 확률 이론(16~17세기)보다 훨씬 이전에 싹텄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과연 인류가 언제부터 주사위를 사용했는지, 이번 성과를 뒤집을 더 오래된 주사위는 없는지 관심이 모였다.
고고학자들은 주사위의 전신을 동물의 발목뼈나 막대기로 만든 제비뽑기 및 점술 도구로 본다. 초기 인간에게 주사위는 게임 도구는 아니었고 신의 의지나 미래를 해석하는 신성한 장치로 취급됐다는 게 정설이다.
아메리카대륙 이외의 것으로는 아시아와 중동에서 발견된 약 5500년 전 주사위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졌다. 고대 이집트(기원전 2000년경), 중국(기원전 600년경) 등에서 현재와 유사한 형태의 주사위가 등장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인류에게 주사위는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계속해서 들여다볼 부분이다. 로버트 매든 연구원은 “주사위는 아마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물건이었을 것”이라며 “빙하기 사람들에게 주사위 게임은 단순한 도박이 아니라 낯선 집단 간의 교류, 물물교환의 매개체, 관계 형성을 위한 사회적 장치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주사위 같은 확률 기반 도구는 인간 사회에서 갈등을 줄이는 메커니즘으로도 작용한 듯하다”며 “인간은 누가 자원을 가져갈지, 어떤 선택을 할지 운에 맡김으로써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해 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주사위는 운을 굴리는 물건이었지만 결국 수학과 과학의 출발점이 됐다. 지롤라모 카르다노나 갈릴레오 갈릴레이 같은 16세기 학자들은 주사위 게임을 분석해 현대 확률의 개념을 창시했다. 즉 주사위는 놀이에서 시작해 사회 유대를 상징했고 수학과 과학의 발달에 기여했다.
이런 점에서 주사위는 인간이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통제하려 노력한 상물로 볼 수 있다. 형태는 점점 진화해 현재에 이르렀지만, ‘세상에 완전히 결정된 것은 없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지금껏 변하지 않았다는 게 학자들 생각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