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어로 여겨졌던 고대 화석이 실은 앵무조개라는 반전 결과가 나왔다. 앵무조개는 멸종한 암모나이트와 근연종이며, 오징어나 문어 같은 두족류와는 먼 친척관계다.

영국 레딩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이달 8일 발간된 국제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로써 가장 오래된 문어 화석의 연대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연구팀이 분석한 것은 폴세피아 마조넨시스(Pohlsepia mazonensis)라는 3억 년 전 화석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고생물 화석의 보고 메이존 크리크에서 나온 것으로, 가장 오래된 문어 화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다만 최신 기술로 내부를 들여다본 결과 문어에는 없는 기관이 파악됐다.

3억 년 전 바다에 서식한 고대 앵무조개의 상상도 <사진=토머스 클레멘츠>

조사를 주도한 토머스 클레멘츠 박사는 "아마 앵무조개가 죽은 뒤 부패하면서 문어와 비슷한 형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머 "이번 발견으로 문어가 지구에 나타난 시기는 무려 1억5000만 년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폴세피아 마조넨시스는 지난 2000년 고생물학자 클루센돌프 도일이 국제 학술지 Palaeontology에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클루센돌프 도일은 화석에서 다리 8개와 눈 2개, 먹물낭으로 추측되는 구조물이 파악돼 문어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이 발견으로 문어의 기원은 기존의 정설보다 약 1억5000만 년 앞선 3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클루센돌프 도일의 성과는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의문을 품은 학자도 있었다. 화석은 암석으로 둘러싸여 내부 구조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2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스캔 기술이 몰라보게 발달하면서 화석의 주인공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 일리노이 메이존 크리크에서 나온 앵무조개 화석. 표면이 암석으로 둘러싸여 깨지 않고는 내부를 볼 수 없었지만 최신 스캔 기술이 정체를 밝혀줬다. <사진=토머스 클레멤츠>
문어로 여겨졌던 3억 년 전 화석의 내부 스캔 이미지. 두족류와는 다른 치설(radula)과 부리(beak)의 구조 및 멜라노좀의 부재가 앵무조개의 화석임을 가리켰다. <사진=토머스 클레멘츠>

토머스 클레멘츠 박사는 "싱크로트론 방사광을 이용한 최신 이미징 기술을 활용해 바위 안에 봉인된 화석을 재분석했다"며 "빛의 속도에 가까운 전자가 진로를 굽힐 때, 강렬한 빛이 발생하는데, 이는 X선보다 최대 수조 배 밝아 바위처럼 밀도가 높은 물체 내부를 비파괴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화석이 봉인된 바위 안에서 치설과 부리 구조가 파악됐다"며 "치설은 연체동물만만 갖는 리본 형태의 섭식 기관으로, 표면에 이와 같은 작은 돌기가 규칙적으로 배열돼 먹이를 깨거나 깎아 먹기 좋다"고 덧붙였다.

문어의 치설은 한 줄당 7개 또는 9개의 이가 있지만, 이 화석의 치설에는 11개의 이가 배열됐다. 수량은 물론 형태도 문어보다는 앵무조개에 가까웠다. 결정적으로 먹물낭으로 추정된 구조의 조사에서 색소 성분인 멜라노좀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살아있는 화석으로 통하는 앵무조개 <사진=pixabay>

연구팀은 3억 년 전 죽은 앵무조개가 화석이 되기까지 몇 주 동안 해저 진흙 속에서 부패하면서 껍질이 사라졌고, 부드러운 조직이 녹아 문어처럼 변했다고 결론 내렸다. 메이존 크리크에서 발견된 다른 앵무조개류 화석과 비교한 결과, 치설의 형태와 수가 팔레오카드무스 폴리(Paleocadmus pohli)라는 앵무조개류와 일치했다.

이번 성과로 문어의 가장 오래된 화석 연대는 1억5000만 년 늦어진 반면, 앵무조개류의 화석 기록은 2억2000만 년이나 당겨졌다. 앵무조개는 지금도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로, 고대로부터 형태가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통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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