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종 개는 늑대보다 뇌가 작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이는 가축화에 따른 변화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개의 뇌가 언제부터 작아졌는지는 불명확해 학자들 논쟁이 여전하다. 고대의 개와 늑대의 두개골을 조사한 최신 연구에서는 개의 뇌가 대략 5000년 전부터 작아졌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토머스 쿠치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로열소사이어티오픈사이언스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개의 일부 종은 약 5000년 전부터 늑대와 대비해 뇌가 작아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선사시대 늑대와 개의 두개골 CT 자료를 비교해, 개의 뇌 축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점을 후기 신석기시대에 해당하는 약 5000년 전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번 조사에는 약 3만5000년 전부터 5000년 전까지 서식한 고대 개와 늑대 22마리, 현생종 개 104마리, 현생종 늑대 59마리의 두개골 샘플이 사용됐다. 두개골 내부 공간을 3차원으로 복원해 실제 뇌 용적을 살폈는데, 초기 인간과 함께 산 원시 개 단계에서 늑대 대비 뇌 축소는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개체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큰 뇌를 가진 흔적도 있었다.
농경사회가 자리를 잡은 후기 신석기시대에 이르자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개들의 뇌는 같은 시기 늑대보다 최대 46% 가까이 작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안정적인 먹이 공급과 인간 공동체에 의존한 생활이 뇌의 에너지 부담을 줄이도록 진화 압력을 바꿨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개의 뇌 축소 자체는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개의 가축화 과정을 분석한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작은 뇌와 짧아진 주둥이, 처진 귀가 가축화에 따른 대표적인 결과물이라고 2018년 주장했다. 연구팀은 특히 신경능선 관련 유전자 변화가 행동과 두개골 발달에 동시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은 2017년 발표한 논문 ‘개 가축화에 얽힌 두개골의 신형성 및 이시성(Neomorphosis and heterochrony of skull shape in dog domestication)’에서 개가 늑대보다 유년기 특성을 오래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이는 사람에 길든 개가 늑대와 비교해 짧은 주둥이와 둥근 두개골, 작은 뇌를 가진 이유를 뒷받침했다.
지난달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소개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의 조사 논문도 눈길을 끌었다. 연구팀은 개의 뇌가 축소만 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유리하도록 재구성됐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생종 개가 늑대보다 전두엽 계열 영역이 발달했고, 사회적 행동과 관련된 부위의 변화 폭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즉 연구팀은 개의 뇌는 단순히 작아진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효율화됐다는 해석이 옳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개는 늑대보다 사람의 시선과 손짓, 감정 신호를 읽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과학자들은 개의 뇌 축소를 단순한 지능 저하로 보지 않는다. 늑대처럼 거친 야생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뇌 대신, 인간과 협력하고 의사소통하는 데 최적화된 새로운 형태의 뇌를 갖췄다는 시각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지지를 받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