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얼음 속에 우주가 갇혀 있었다. 두꺼운 남극 얼음층에서 초신성의 잔해를 검출한 연구 성과는 학자들은 물론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독일 헬름홀츠재단 산하 연구기관 HZDR의 도미닉 콜 박사 연구팀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Physical Review Letters 13일 자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

남극의 얼음층은 약 3500만 년 전부터 쌓인 눈이 층을 이루며 형성된 지구 최대의 빙상이자 고대의 기록을 품은 저장소다. 눈이 쌓일 때마다 당시의 대기에 떠다니던 입자가 함께 갇혀 오랜 세월에 걸쳐 압축됐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남극의 얼음을 원통형으로 파낸 빙상 코어를 분석함으로써 수백만 년 전 지구 환경을 해석해 왔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에서 초신성의 흔적이 나왔다. <사진=HZDR 공식 홈페이지>

HZDR은 유럽남극빙상프로젝트(EPICA)가 채취한 빙상 코어 약 295㎏을 녹여 잔류물을 추출했다. 안에 포함된 원자를 하나하나 분석하는 끈질긴 작업 끝에 연구팀은 지구 밖에서 유래한 물질을 확인했다.

도미닉 콜 박사는 “철60(Iron-60)이라 불리는 철의 동위원소가 포함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철60은 수명을 다한 항성이 폭발, 초신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철60은 방사성을 띠고, 약 260만 년이라는 반감기 동안 자연스럽게 붕괴한다”며 “이는 수명을 다한 거대한 항성이 초신성으로 변모하는 극한 상황에서 나오며, 지구상에서는 자연적으로 만들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가 통과(화살표 방향) 중인 국부 성간 구름의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지구가 탄생한 45억 년 전 우주에서 철60이 흡수됐더라도 반감기가 약 260만 년이라 이미 오래전에 붕괴됐다. 현재 지구에서 철60이 검출됐다면, 이는 비교적 최근에 우주에서 유래했다는 의미다.

철60은 2019년 채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남극의 눈에서도 검출됐다. 연구팀은 지금도 우주에서 철60이 계속 유입된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현재 태양계가 통과 중인 지름 약 30광년 규모의 국부 성간 구름(LIC) 때문이라고 봤다.

도미닉 콜 박사는 “태양계는 4만4000년에서 15만 년 전 국부 성간 구름에 진입했고, 앞으로 1만 년에서 2만 년 정도 머무를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구름은 가스와 먼지, 플라즈마로 이뤄지고, 과거 초신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항성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는 현상을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박사는 “이번 빙상 코어 분석에서 확인된 철60의 농도는 2019년 눈 샘플에 포함된 것의 농도보다 낮았다”며 “농도가 시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태양계가 국부 성간 구름 속을 통과하는 영역별로 수치가 변해왔다는 뜻”이라고 언급했다.

즉 태양계가 처음에는 철60이 적은 희박한 영역을 지나다가, 그 후 밀도가 높은 영역으로 이동한 흐름이 얼음 기록에서 읽힌 셈이다. 빙상 코어의 기록은 태양계가 이 구름 속을 적어도 8만 년에 걸쳐 여행해 왔다는 증거라고 연구팀은 봤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남극 얼음이 우주의 구조를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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