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등각류 바티노무스(Bathynomus)속이 수년간 먹이를 먹지 않고도 버티는 비결이 학자들의 관찰조사 결과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이달 5일 자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바티노무스가 거대한 위장, 대사 억제 능력을 조합해 수년간 먹이활동 없이 견딘다고 전했다.
바티노무스속은 원래 먹이가 적은 심해에 서식하고, 오랜 기간 먹지 않고도 산다. 이 끈질긴 생명력은 전부터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일본 미에현 토바수족관에 사육되던 바티노무스 기간테우스(Bathynomus giganteus)는 2009년 1월 2일 약 50g 분량의 전갱이를 마지막으로 먹은 뒤 2014년 2월 14일 죽었다. 금식 기간은 무려 5년 43일이었다.
토바수족관 수의사들이 해부한 결과, 이 개체는 전혀 야위지 않았고 체중은 1060g으로 마지막 먹이활동을 할 당시 1040g보다 오히려 늘었다. 위 내부에 고형물은 없었고 옅은 갈색 액체가 가득해 굶어 죽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이후 학자들은 바티노무스속 동물들이 어떻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아가는지 연구했다. 기본적으로 깊은 바다에 살아 관찰 조사가 어렵고, 죽은 개체의 해부로는 한계가 있어 강력한 생명력은 좀처럼 해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해저 약 900m에 사는 바티노무스 제임지(Bathynomus jamesi)와 약 300m 수심에 분포하는 바티노무스 도에델레이니(Bathynomus doederleini)를 조사했다. 유전자의 작용부터 몸의 구조, 생활상을 분석한 결과, 먹지 않고 살아남는 두 가지 방법이 특정됐다.
중국과학원 리샤오 박사는 "바티노무스속은 몸길이의 60%를 차지하는 창고와 같은 위장을 가졌다"며 "위에는 지방 저장에 관여하는 세균류 클라미디에 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히 먹은 먹이를 세균을 통해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지방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이때 대사 속도를 확실하게 떨어뜨려 저장된 지방을 오래 유지하며 살아남는다"고 덧붙였다.
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에너지를 활용하는 대사가 필수다. 대사는 가만히 있어도, 잠을 자도 이뤄진다. 다만 바티노무스속 동물들은 클라미디에 문으로부터 ND1이라는 유전자를 받아들여 대사 속도를 크게 늦추는 법을 터득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리샤오 박사는 "ND1을 제브라피시와 선충, 인간의 세포에 삽입해 변화를 살폈다"며 "일반 온도에서는 대사 속도가 빨라져 오히려 굶주림에 약해졌지만, 심해처럼 차가운 온도에서는 대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제브라피시는 굶주림에 대한 저항이 37% 강화됐다"고 전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바티노무스의 놀라운 생명력을 밝히는 동시에, 냉동수면 등 대사 속도를 극적으로 조절하는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은 보다 많은 바티노무스속 동물을 대상으로 추가 관찰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