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먹는 음식이 꿀맛이라는 말은 누구나 안다. 훔친 사과가 맛있다는 말은 결코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농담처럼 여겨지는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최근의 연구들은 훔친 사과의 비밀이 뇌와 밀접하게 관련됐을 가능성을 가리켜 왔다.

러시아 의학아카데미 연구팀이 지난 4월 발표한 실험 결과는 인간의 미각이 음식 맛에만 좌우되지 않으며, 사회적 상황과 심리 상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해당 실험은 ‘몰래 훔친 감자튀김이 더 자극적인 이유(Stolen Fries Are Spicier Than Justice: How Covert Larceny Enhances Taste)’ 보고서를 통해 소개됐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성인 120명에 동일한 감자튀김을 ▲본인 몫 ▲남이 제공 ▲몰래 입수 ▲들킬 위험이 큰 상황에 몰래 입수 등 4개 상황에 따라 지급했다. 이후 상황별로 얻은 감자튀김의 맛을 주관적으로 평가하게 했다.

들킬 위험이 큰 상황에서 몰래 먹은 감자튀김이 유독 맛있다는 피실험자들 평가가 눈에 띈다. <사진=pixabay>

모든 감자튀김은 조리법, 온도, 양 모두 동일했는데도 참가자들은 몰래 가져온 감자튀김을 맛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들킬 위험이 큰 상황에서 얻은 감자튀김은 본인 몫으로 받은 것보다 바삭함, 풍미 등 맛 관련 지표 만족도가 약 40% 높았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오래 거론된 것이 금단의 열매 효과(forbidden fruit effect)다. 접근이 제한된 대상일수록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미국 심리학자 잭 브렘은 자유를 뺏기면 그 대상을 더 갈망하는 심리적 반발 이론을 제안했다.

최근 신경과학 연구들도 잭 브렘의 가설을 뒷받침했다. 한국식품연구원(KFRI)이 지난 4월 내놓은 조사 보고서 ‘시각 처리 중 달고 시고 짠 음식의 신호를 구별하는 대규모 뇌 네트워크의 상호작용(Large-scale Brain Network Interactions Differentiate Sweet, Sour, and Salty Food Cues During Visual Processing)’이 대표적이다.

훔친 사과가 정말 맛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실험에서 입증됐다. <사진=pixabay>

KFRI 연구팀은 사람의 뇌가 실제 음식을 먹기 전부터 시각 정보와 맥락을 바탕으로 맛을 예측하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음식은 혀로만 맛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시각을 이용해 먼저 평가한다는 대목이 특히 주목됐다. 미각 외의 감각이 맛을 보는 과정에 끼어들면서 같은 음식이라도 맛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금단의 열매 효과는 희소성, 금지된 행동에 대한 흥분, 들킬 위험에서 오는 긴장감이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면서 발현된다고 보는 학자가 많다. 결국 맛이라는 것은 음식이 놓인 상황과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얻는 과정까지 함께 어우러져 결정되는 셈이다. 빈소에서 먹는 음식의 맛이 평소보다 덜하다고 느끼는 현상 역시 상황에 따라 동일한 맛의 정보를 달리 처리하는 뇌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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