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 16개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2026 북중미월드컵의 최대 변수로 시차가 꼽혔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국 마이애미까지 경기장 간 직선거리만 약 1990㎞다. 뉴욕 뉴저지와 필라델피아처럼 100㎞가 되지 않는 가까운 구장도 있지만, 북미 대륙 전체를 무대로 삼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팀이 대륙 횡단에 가까운 이동을 반복할 수 있어 체력 및 컨디션 유지가 중요하다.

축구에서 시차는 단순히 피로와 연결 짓기 어렵다. 인간의 몸에는 약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생체시계가 있다. 수면, 체온, 호르몬 분비, 반응속도, 근육 기능은 모두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다. 갑자기 다른 시간대의 도시로 이동하면 몸은 현지시간에 있어도 신체 내부는 이전 도시의 시간에 머문다. 이것이 바로 시차증후군(jet lag)이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영국 연구팀은 2005년 내놓은 조사 보고서 ‘시차증과 비행기 여행: 성과에 미치는 영향(Jet lag and air travel: implications for performance)’에서 장거리 비행기 이동과 시차가 선수의 수면, 각성도, 근육 가동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여행이 주는 피로가 생체시계에 문제를 유발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북중미월드컵은 선수들의 이동거리가 길어 시차 적응이 전력의 변수로 떠올랐다. <사진=pixabay>

호주와 영국 공동 연구팀은 2017년 실험 보고서 ‘동서 여행이 시차증, 수면 및 팀 스포츠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Greater effect of east versus west travel on jet lag, sleep, and team sport performance)’으로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동쪽을 향한 이동이 서쪽 이동보다 수면과 팀 스포츠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생체시계는 하루가 조금 길어지는 방향, 즉 서쪽 이동에는 비교적 적응하기 쉽지만, 하루가 짧아지는 동쪽 이동에는 어려움을 겪는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지난 3월 발표된 논문 ‘장거리 여행 및 시차증이 선수 경기력에 주는 영향과 관련된 체계적 리뷰(Do long-haul travel and jet lag affect athletes’ physiological, humoral and performance outcomes? A systematic narrative review)’도 같은 문제를 다뤘다. 이 연구는 장거리 이동과 시차증이 수면, 호르몬 균형, 자율신경계, 신체 수행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이동 방향과 통과한 시간대,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정리했다.

북중미월드컵에서 이런 연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경기장 간 거리가 야기하는 시차증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의 주요 도시를 오가는 선수들은 경우에 따라 4000㎞ 넘는 거리를 비행기로 이동해야 한다. 그라운드의 길이는 가로가 약 105m에 불과하지만, 축구장 밖에서는 수천㎞를 이동하는 셈이다.

시차가 축구선수들의 컨디션에 주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는 생각보다 많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더욱이 밴쿠버·시애틀·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는 태평양 시간대, 멕시코시티·몬테레이·휴스턴·댈러스·캔자스시티는 중부 시간대, 애틀랜타·마이애미·토론토·보스턴·뉴욕·필라델피아는 동부 시간대에 가깝다.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면 최대 3시간가량 하루가 짧아진다. 선수의 생체시계는 밤 11시에 자야 하는데 새벽 2시에 잠들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이렇게 수면 리듬이 깨지면 회복이 늦어진다. 축구는 90분 동안 전력 질주, 감속, 방향 전환, 점프, 충돌이 반복된다. 근육 회복과 신경계 회복이 충분하지 않으면 후반 집중력과 스프린트 반복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골키퍼의 반응 속도, 수비수의 판단, 공격수의 침투 타이밍도 모두 생체리듬의 영향을 받는다.

시차 적응이 필요한 월드컵의 경우 선수들은 식사나 수면 시간을 조정하고 햇빛 노출에도 신경을 쓰는 등 각별한 컨디션 관리에 들어간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물론 선수들도 대비책은 쓴다. 경기 며칠 전 현지에 도착해 빛 노출 시간을 조절하고, 수면 시간을 단계적으로 앞당기거나 늦춘다. 멜라토닌 보충이나 카페인 섭취량 조절, 식사 시간 조정에도 신경을 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어디까지나 적응을 돕는 장치다. 생체시계는 스위치처럼 즉시 바뀌지 않는다.

북중미월드컵의 과학적 관전 포인트는 그래서 분명하다. 강팀을 잡는 것은 전술만이 아니다. 수천㎞에 달하는 이동과 2~3시간의 시차, 낯선 수면 리듬이 경기 막판 한발 늦은 태클과 한 박자 늦은 슈팅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선수들은 상대 선수만이 아니라, 체내 생체시계의 관리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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