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크 마개가 와인의 화학 성분 변화에 직접 관여한다는 가설이 실험에서 입증됐다. 언제 와인을 마셔야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는지 과학적 방법이 고안될 가능성에 시선이 모였다.
프랑스 부르고뉴대학교 연구팀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의 성과는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먼저 소개됐다.
와인을 채운 병은 주로 코르크참나무 껍질로 만든 마개로 막는다.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면 알코올과 페놀 화합물이 산소와 반응해 풍미가 떨어지고 갈색으로 변하는 산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칼로 자른 사과의 단면이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코르크의 기본적인 역할은 외부 공기의 유입을 제한해 와인의 급격한 산화를 막는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코르크 내부에 존재하는 산소와 페놀 화합물이 시간에 따라 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병 내부의 산소 농도와 와인의 숙성 환경을 바꾸는 것이 확인됐다.
와인병 코르크 마개의 미세한 구멍으로 극소량의 산소가 이동하면서 떫은맛을 내는 탄닌을 부드럽게 하고 향의 복잡성을 높일 가능성은 전부터 제기됐다. 연구팀은 실제 와인병을 축소한 소형 유리 용기에 기체 또는 일정량의 와인과 유사한 용액을 채우고 길이가 다른 코르크 마개로 밀봉한 뒤 실험했다.
구체적으로, 연구팀은 실험 용기 절반에 용액을 넣고 나머지는 빈 상태로 유지한 뒤 서로 다른 길이의 코르크로 밀봉했다. 18개월 동안 센서를 이용해 관찰한 결과, 코르크와 병 내부의 산소 이동은 네 단계에 걸쳐 일어났다.
첫 번째 단계는 코르크로 병을 밀봉한 뒤 약 보름 동안 나타났다. 용액과 용기 내부 기체 사이에서 산소 농도가 균형을 이뤘다. 용액에 녹아 있던 일부 산소가 바깥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코르크 내부의 미세한 구멍에 존재하던 산소가 서서히 방출돼 병 내부와 용액으로 확산됐다. 코르크 부피가 클수록 내부에 포함된 산소량도 많기 때문에 긴 코르크로 막은 실험 용기에서 더 많은 산소가 이동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코르크 마개가 와인의 화학적 구성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코르크와 용액이 직접 접촉한 실험 결과가 특히 놀라웠다. 코르크에서 빠져나온 페놀 화합물은 용액으로 이동한 뒤 코르크에서 방출된 산소와 반응했는데, 이때 용액 내부의 산소 농도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마지막 단계는 실험 시작 약 15개월 뒤부터 나타났다. 이때부터 외부의 산소가 코르크를 통과해 병 내부로 매우 느린 속도로 지속적으로 이동했다. 다만 길이 30㎜를 넘는 긴 코르크에서는 산소 이동 속도가 극히 낮았다. 실험이 종료된 18개월 시점에도 산소 농도 변화가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부르고뉴대 줄리 샤넛 연구원은 "와인은 언제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지 알아내는 것이 어려운 식품"이라며 "와인이 최상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 필요한 산소량을 밝힌다면 원하는 숙성 기간에 맞는 코르크 마개 적용이 가능하고, 최적의 음용 시점도 예측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인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