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지구촌 각지의 이상고온 현상이 심각하다. 지독한 폭염은 그때만 버티면 괜찮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고온에 노출된 사람 일부는 며칠 뒤 심장이나 신장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에 폭염이 지나간 뒤에도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고온 노출이 인체에 남긴 생리적 손상의 결과로 본다. 폭염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한 역학 연구에서 기온이 최고점에 도달한 날뿐 아니라 이후 며칠간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특히 심혈관질환자, 호흡기질환자나 고령층은 고온 노출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도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사람의 몸은 더위에 노출되면 피부 혈관을 확장하고 땀을 흘려 열을 방출한다. 이 과정에서 심장은 피부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내기 위해 평소보다 빠르게 뛴다. 신장은 혈액량 감소를 보충하기 위해 수분과 전해질을 적극 조절한다.

6월 프랑스를 덮친 이상고온 현상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런 상태가 장시간 이어지면 문제가 벌어진다. 탈수와 혈액량 감소가 심해지면 신장으로 공급되는 혈액이 줄고 신장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당장 열사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하거나 기존 신장 관련 질환이 나빠지기도 한다. 

관련 연구는 2007년 프랑스 연구팀이 낸 조사 보고서 ‘2003년 프랑스 리옹 폭염 당시 열사병 환자의 단기 및 장기 예후(Short-and long-term outcomes of heatstroke following the 2003 heat wave in Lyon, France)’가 유명하다. 연구팀은 2003년 프랑스 폭염 당시 열사병 환자 83명을 2년간 추적관찰했는데, 28일간 사망률은 58%, 2년간 사망률은 71%였다. 즉, 폭염 생존자들도 1년과 2년 뒤 상태가 크게 악화한 경우가 많았다. 폭염이 지나간 뒤에도 건강 악화는 얼마든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조사다.

폭염이 심장에 남기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피부로 보내는 혈액량이 증가하면 심장은 더 많은 혈액을 순환해야 한다. 동시에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혈액량이 감소하고 혈액의 점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은 고온 환경을 벗어난 뒤에도 이미 증가한 심장 부담과 혈관계 변화가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폭염은 심장, 신장 등 주요 장기에 부담을 주므로 관련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더욱 위험하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체온이 지나치게 상승하면 장 내부를 보호하는 장벽 기능도 약해진다. 장 장벽이 손상되면 장내 세균에서 유래한 독성 물질이 혈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인체의 면역계는 이를 외부 침입으로 인식해 강력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과정을 설명한 대표적 연구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국제의학연구센터(KAIMRC) 연구팀이 2002년 발표한 ‘열사병(Heat Stroke)’이다. 연구팀은 열사병을 단순히 체온이 오른 상태가 아니라, 고체온과 전신 염증 반응이 결합해 뇌 기능 이상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이런 손상은 곧장 멈추지 않는다. 선행연구들은 열사병에 따른 다기관 기능 장애와 장기부전이 24~48시간 사이에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폭염 당일 살아남은 것처럼 보여도 하루 이틀 뒤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온열질환자는 구조 후 체온과 맥박 등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라도 보이지 않는 열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실제로 열사병 환자의 일부는 구조 당시 의식을 회복하고 체온도 정상 수준으로 떨어지지만 이후 간이나 신장 기능이 나빠졌다. 손상된 조직에서 시작된 염증 반응과 혈액 응고 이상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근육이 녹아내리는 횡문근융해증부터 급성 신장손상, 간 기능 이상, 파종성 혈관 내 응고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폭염은 고령층에 특히 치명적이다. 노인은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갈증을 느끼는 감각도 둔하다. 같은 더위에 노출돼도 젊은 사람보다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쉽게 발생한다. 심장과 신장 기능이 원래 약한 경우라면 폭염이 지난 뒤에도 며칠 동안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내려가도 인체의 손상이나 변화가 진행되므로, 더위가 꺾인 뒤 고령층과 심혈관·호흡기·신장 질환자 등 고위험군의 건강 상태는 주의 깊게 살피라고 강조했다. 폭염의 진짜 위험은 한낮의 뜨거운 공기뿐 아니라, 그 열기가 몸속에 남긴 후유증일 수 있어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